특기자전형 존치하고 대형학과 정시 분할모집 일부 허용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해 대학 변화 유도

교육부는 23일 발표한 '2015∼2016학년도 대입제도' 확정안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시안과 큰 틀에서 비슷하지만 전형방법이나 전형요소 활용과 관련해 대학들의 요구 사항이 상당폭 반영됐다.

정시 모집에서 대형 학과의 분할모집을 허용했고, 사교육비 증가의 주요 요인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은 특기자 전형도 '제한적 운영'이라는 단서가 달렸으나 존치가 됐다.

단, 수시 모집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의 백분위를 최저학력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논술을 가급적 시행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혀 수험생들의 부담이 일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형 학과 분할모집 허용·특기자전형 제한 시행
이번 확정안이 시안에서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정시 모집에서 동일 학과의 분할 모집 금지가 일정 부분 허용된 점이다.

교육부는 입학정원이 200명 이상인 모집단위의 경우 2015∼2016학년도에도 2개 군에 한해 분할 모집을 할 수 있게 했다.

서울시내 주요 사립대와 지방 국립대의 요구가 반영된 조치다.

2014학년도 기준으로 정원이 200명 이상인 모집단위는 전국 32개 대학의 87개다.

한양대, 영남대, 충남대, 전남대, 전북대, 중앙대, 전주대, 원광대 등의 경영학부, 건국대 상경대학(236명), 경남대 기계공학부(220명), 경희대 경영학부(240명), 부산대 기계공학부(299명), 성균관대 인문과학계열(352명), 사회과학계열(435명), 자연과학계열(308명),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258명), 영남대 기계공학부(276명) 등이 이번에 분할 모집이 허용됐다.

박백범 교육부 대학지원실장은 "200명 이상 대규모 모집단위는 나눠서 뽑아야 학생을 고르게 선발할 수 있다는 대학의 의견과 수험생 입장에서도 자신이 가려는 대학이 일부 군에 몰려 있으면 선택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토익·토플 등 어학성적이나 경시대회 수상실적 등 이른바 '외부 스펙'을 전형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 일각에서 대선 공약을 위반했다는 비판까지 받은 특기자 전형도 대학의 '입김'이 작용해 살아남았다.

기존 시안에서 특기자 전형이 실기 전형에 포함돼 공청회 등을 통해 시민·사회단체로부터 특기자 전형을 폐지하거나 외부 스펙을 제한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현재 고1∼고2 학생이 특기자 전형을 준비해왔고, 대학에서도 특기자 전형으로 뽑을 수요가 있는 점을 고려해 존치하되 '모집단위별 특성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했다.

또, 공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연계해 모집 규모의 축소를 유도하기로 했다.

박백범 실장은 "학과의 특성상 불가피한 경우로 제한하면 국사학과에서 영어 특기자를 뽑는 것 같은 사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재정지원 사업의 정성평가에서 특기자 전형이 꼭 필요한 경우 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고 1∼2학생의 혼란을 덜어주겠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2017학년도부터 수학·과학 올림피아드와 같이 부작용이 큰 외부 스펙을 분명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시에서 수능 백분위 최저학력기준 사용 제한…재정지원 사업으로 대학 변화 유도
수시 모집에서 수능 성적의 백분위 사용을 제한한 것은 기존 시안보다 대학들이 수능 성적위주로 선발할 여지를 줄였다.

그동안 대학들이 '수학 B형, 과학탐구의 백분위 합이 188 이상' 식으로 지원 자격을 높여 학생의 학교생활과 특기·소질을 정성적으로 평가해 선발한다는 수시 모집의 취지를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교육부는 시안에서 백분위 사용의 지양을 '권장'하겠다고 했다가 이번 확정안에서는 '권장'이라는 단어를 빼 금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2014학년도 대입 기준 고려대(세종), 국민대, 부산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숭실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 22개 대학이 수능 백분위를 최저학력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수능 등급만을 최저학력기준으로 활용하도록 하되 등급 역시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과도하게 설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를 공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과 연계하기로 했다.

학교 교육에서 대비할 수 없어 사교육 부담만 늘린다는 지적을 받아온 논술은 될 수 있으면 하지 않도록 역시 공교육 정상화 지원사업 평가지표에 반영한다.

문제풀이식 구술형 면접과 적성고사도 역시 자율적 폐지를 유도한다.

공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대입전형에서 공교육 연계, 전형 간소화, 사교육 유발 정도 등을 평가해 재정을 차등 지원하는 사업이다.

교육부는 35개 대학에 34억원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 1천200억원을 요구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