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 사설 해병캠프 사고 책임자들 첫 공판

"바다를 잘 아는 해병대 군인들이 우리 아이들을 바다로 데려갔다가 죽었는데 어떻게 과실치사입니까.판사님 살인죄로 처벌해 주십시오".


지난 7월 충남 태안군 안면도의 사설 해병캠프에서 훈련을 받던 중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이 물에 빠져 숨진 사건과 관련, 캠프 교관 등 사고 책임자들에 대한 1심 첫 공판이 열린 30일 대전지법 서산지원 법정에서는 이들에 대한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유족들의 고함이 빗발쳤다.

오전 11시20분 서산지원 형사1단독 유경진 판사 심리로 재판이 시작되고, 구속기소된 해병캠프 책임자 김모(48)씨 등 4명과 불구속 기소된 수련시설 대표 오모(50)씨 등 모두 6명의 피고인들이 법정으로 들어서자 방청석에 있던 유족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이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유족들은 "너희들이 죽었어야지, 너희만 살고 우리 애들만 죽였느냐"며 울부짖었다.

소란이 계속되자 재판부는 유족들을 제지한 뒤 "불행한 사건이며 유족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충격을 입고 있는 점을 재판부도 인지하고 있다"며 "엄정한 재판을 통해 피고인들이 죄과만큼 형을 받을 수 있도록 재판 진행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한 뒤 재판을 이어갔다.

이날 재판은 피고인들의 신분을 확인한 뒤 이어 검찰이 "이번 사건은 해병캠프의 마무리훈련중 충분한 안전조치 없이, 구명조끼도 착용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들을 수심이 깊은 바다에 들어가게 해 5명이 익사한 사건"이라는 공소요지 낭독을 끝으로 15분만에 끝났다.

유족들은 재판이 끝나자 퇴정하는 피고인들에게 소지품을 집어던지며 분노를 표한 뒤 이들이 타고 온 호송버스를 저지하겠다며 법원 정문을 가로막은 채 피켓시위를 벌였다.

유족들과 공주사대부고 재학생 등 50여명은 재판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산지원 앞에서 사고 관련자들에 대한 살인죄 적용과 교육부 등 정부 관련 부처와 지자체의 책임자 문책,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1시간 가량 시위를 벌였다.

한 유족은 "밤마다 살려달라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 잠을 잘 수가 없다"며 "현장 교관들만 달랑 과실치사로 집어넣은 게 엄중처벌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다른 유족은 "학생 5명이 죽었는데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다"며 "핵심인물이 다 빠져나갔는데 무슨 정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유족은 "우리 애 생일이 9월 1일인데 어떻게 하냐"며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이들과 함께 시위를 벌인 고진광 학교사랑학부모모임 대표는 "수사발표도 그렇고, 책임자 처벌도 안되고, 정부대책은 수박 겉?기식"이라며 "정부가 민관합동 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의 진상을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부 등 정부 각 부처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시민단체들이 나서 이번 사건을 재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산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y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