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여전히 사회에 영향력…증거인멸 우려"

건설업자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원세훈(62) 전 국가정보원장이 도망하지 않겠다며 보석 허가를 호소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보석심문에서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수사 단계에서 구속 필요성과 별개로 그동안 수사를 충분히 받아 기소됐고 출국이 금지돼 도주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원 전 원장 측은 돈을 건넨 혐의를 받는 황보연 황보건설 대표가 구속 상태여서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공소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등 영장을 발부할 당시와 사정이 달라지지 않았고 중형이 예상돼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지난달 10일 원 전 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 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4년 동안 국정원장으로 재직해 아직도 사회 각 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보석을 허가하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어느 사건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이에 변호인은 불구속 재판 원칙을 언급하며 "거꾸로 국가 정보기관의 수장을 지낸 사람을 구속해 재판할 수 있느냐. 우리 사법부가 갑자기 과거로 돌아간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의 보석 신청을 허가할지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2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이틀에 걸친 심문이 끝난 날에 보석을 허가받고 풀려났다.

조 전 청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보석을 신청했다.

당시 법원은 "차명계좌 발언의 출처를 밝히겠다"는 조 전 청장의 입장에 따라 방어권 보장 등의 사유를 들어 보석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보석과 별개로 다음달 10일 첫 공판을 열기로 하고 황보연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별도로 심리하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첫 공판은 26일로 예정돼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dad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