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분자로 유명한 전북 고창도 농가-기업 간 협력모델을 보여준다. 고창 홀로 전국 복분자 생산량 절반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과잉 생산으로 애를 먹었다. 가공업체 설립이 유일한 대안이었지만 투자비와 마케팅 비용이 문제였다. 이때 복분자술에 관심을 가진 국순당이 협력을 제의해왔다.

'낯선 것과의 결합' 6차산업 성공 열쇠

만발하는 협력 아이디어

2006년 고창 농가는 생산과 가공, 국순당은 기술과 마케팅 지원을 분담하기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농가와 기업이란 상호 이질적인 주체가 처음부터 성공적인 동거를 했던 건 아니다. 435개 농가는 ‘수익 위주인 기업에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며 농업회사법인을 따로 차리려 했다. 국순당은 국순당대로 농업회사법인이 농가들의 이권단체로 변질될까봐 우려했다. 고심하던 둘은 자체조사를 통해 중간지점을 찾았다. 농가가 지분 70%, 국순당이 30%를 출자한 ‘농업회사법인 국순당 고창명주’를 탄생시킨 것이다. 작목회장이 대표를 맡는 농업회사이면서, 국순당의 자회사 성격도 띠는 독특한 구조다. 2007년 국순당 기술연구소가 6억원을 투자해 복분자와인과 막걸리를 개발했고, 농가는 1등급 복분자 공급에 전념했다. 이제 고창명주는 제품을 15개국에 수출하고 1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경북 칠곡의 송광매원은 매실청에 만족하지 않고 매실효소로 수제햄을 가공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주류업체의 투자유치도 추진하고 있다. 맥주에서 나오는 효모로 육가공 효모를 개발하면, 매실이 첨가된 슈바인학센(독일식 돼지족발)을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이다. 사업상 경쟁상대가 아닌 다른 업종의 기업이 모여 기술을 교류하는 ‘이종업종 교류’의 좋은 사례다.

농업 선진국들의 6차산업화 전략

프랑스와 일본, 네덜란드 등 농촌 관광 선진국들에도 지역의 특색을 최대한 살려 농업을 6차산업화한 사례가 많다. 프랑스 북동부 알자스 주는 1990년대까지만해도 포도로 유명한 시골 지방에 불과했다. 프랑스 정부는 알자스 지방과 협약을 통해 이 지역을 관통하는 170㎞의 ‘포도주 길’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포도주 길을 방문한 사람들이 포도밭을 돌아보고, 카브(포도주 저장고)에 들어가 포도주를 시음하고, 주변에 있는 고성들을 돌아보는 관광 코스를 개발한 것.

프랑스 정부는 알자스 지방에 관광객이 머물 수 있는 숙박시설을 지어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알자스 지방에 포도주를 만드는 업체는 1000여개가 있다. 이들은 5500여개 농가와 협력해 60여개의 관광마을을 만들었다. 포도를 생산(1차산업)하고, 이를 이용해 포도주를 만들고(2차), 여기에 관광 서비스(3차)를 접목하면 ‘1+2+3=6’의 6차산업이 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일본 중북부지방 이와테(岩手)현은 기존 쌀 농사로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해 주 생산품을 쌀에서 밀, 블루베리, 아스파라거스 등 특산물로 바꾸면서 농업의 6차산업화를 이뤘다. 이들은 집락영농(集落營農)으로 전환, 직접 가공시설뿐만 아니라 판매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네덜란드는 농촌 관광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나라다. 특히 동물을 이용해 ‘힐링’에 초점을 맞춘 케어농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체장애아나 사회 부적응 청소년 등이 동물과 함께 지내면서 정서적인 안정을 찾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김유미/김우섭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