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13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위헌 사건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날 현대자동차가 파견법의 고용의제 조항이 기업의 경영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한 공개변론도 열렸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13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위헌 사건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날 현대자동차가 파견법의 고용의제 조항이 기업의 경영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한 공개변론도 열렸다. /연합뉴스
6년 전 폐지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3항’(고용의제 조항)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13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서 법리공방을 벌였다. ‘고용의제’는 기업이 파견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2년이 넘는 순간 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으로, 2006년 12월 폐지된 조항이다. 사문화된 조항이지만 이를 근거로 10여개 기업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이 그동안 잇따라 소송을 내면서 경영계와 노동계의 ‘큰 싸움’으로 번졌다. 헌재가 고용의제 조항을 합헌으로 결론 내리면 기업들은 막대한 인건비 부담을 떠안게 된다.

○옛 파견법, 위헌이냐 합헌이냐

헌재는 이날 현대자동차가 2010년과 2011년 낸 헌법소원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현대차 쪽에선 법무법인 화우와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노동계 쪽에선 법무법인 한결·지향·시민과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나섰다.

핵심 쟁점은 옛 파견법 제6조 3항 ‘고용의제’ 조항의 위헌 여부다. 현대차는 이 조항이 ‘헌법이 정한 계약체결 자유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쉽게 풀어보면 이런 얘기다. 옛 파견법은 A기업이 파견업체로부터 근로자를 파견받은 뒤 2년간 일을 시켰을 때, 2년이 지나면 파견업체 직원이 아닌 A기업 정직원이 된 것으로 ‘간주’했다. 즉 현대차가 파견근로자와 직접적인 고용계약을 맺지 않았어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무조건 정직원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원래 현대차 등 제조업체는 파견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파견근로자가 허용되는 업종이 학원강사, PD 등 32개 업종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제조업체들은 대신 사내하도급 형태의 근로자를 쓰는데, 하도급과 파견의 구분은 모호하다. 그런데 대법원이 최근 현대차의 하도급업체 소속 근로자를 불법파견이라고 판결내리면서 파견법 적용을 받게 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파견과 하도급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옛 파견법에 대해선 허영 헌법재판연구소 이사장 등 많은 법학자들도 위헌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도 “현대차와 파견근로자 간에는 어떤 계약도 존재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계약이 존재한 것처럼 강제하는 건 사용주(기업)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계는 “파견근로는 직접고용에 비해 근로자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기 때문에 고용의제 조항이 과도한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합헌 땐 현대·기아차 부담 ‘1조원 이상’

헌재는 8월 이후 위헌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합헌 결정이 내려지면 현대차는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 현대차 하도급업체 소속 근로자였던 최병승 씨 사건을 보자. 최씨는 2002년 3월부터 현대차 사내하도급 근로자로 일하다 2005년 2월 불법파업을 벌여 해당 하도급업체로부터 해고됐다. 최씨는 그러나 “현대차에서 2년 넘게 하도급 업무가 아닌 불법파견 업무를 해왔기 때문에 고용의제 조항에 따라 현대차의 정직원”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작년 2월 최씨 손을 들어줬다. 이에 최씨는 “2년의 파견기간이 지난 2004년 3월 이후 현대차 정직원이 됐기 때문에 그동안 주지 않은 임금·상여금 등 13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헌재가 고용의제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 현대차는 최씨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

문제는 최씨와 비슷한 소송을 낸 현대·기아차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1000명이 넘는다는 점이다. 이들이 최씨와 똑같은 조건이라고 가정하면 합헌 결정으로 현대·기아차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1조원을 훌쩍 넘는다. 한국GM, 남해화학, 한국철도공사 등 현대차와 비슷한 소송에 걸려 있는 기업들도 같은 부담을 지게 된다.

이태명/양병훈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