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경남도의회의 진주의료원 해산조례 의결에 대해 위법이라며 재의를 요구했다. 지방의회가 의결한 사안이 법령을 위반했거나 공익을 해친다고 판단하면 주무 장관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지방자치법 172조에 따른 조치다. 복지부가 법적 수단을 동원해 진주의료원 폐업을 막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진주의료원 사태는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복지부, 해산 조례 재의 요구


복지부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 재의하라"
복지부는 13일 “경남도의회가 진주의료원 폐업과 법인 해산을 내용으로 하는 조례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공익 침해일 뿐 아니라 법 위반이라고 판단해 홍준표 지사에게 (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경남도의회는 11일 진주의료원을 해산하고, 잔여재산을 경남도에 귀속시킨다는 내용을 담은 조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복지부는 그동안 수차례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요청했지만 경남도가 이를 거부함에 따라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양병국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진주의료원 정상화 요청을 거부한 것은 의료법에 규정된 복지부의 지도명령을 위반한 것이고, 잔여재산을 경남도에 귀속한다는 규정을 만든 것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위배된다”고 재의 요구 배경을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진영 장관이 진주의료원 폐업에 강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임기 초 공공병원을 폐쇄하면 정부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진 장관이 판단했다는 것이다.

복지부의 재의 요구에 따라 홍 지사는 20일 이내에 지방의회에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 재의 결과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의결사항은 확정된다. 경남도의회 의원 58명 중 40명이 새누리당 소속이라 재의결 가능성이 높다.

만약 홍 지사가 재의 요구를 거부하거나 재의결 사항이 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 주무장관은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집행정지결정도 신청할 수 있다. 양 정책관은 “대법원까지 갈 것인지는 상황을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진주의료원 사태를 포함한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를 의결했다. 국정조사는 지난 12일부터 내달 13일까지 32일간 실시되며, 조사 대상은 △지방의료원 재정상태와 공익적 역할 △경영상황 등 운영실태 전반 △진주의료원 휴·폐업 관련사항 △지자체 및 지방의회 등의 지방의료원 조사·감독·평가결과 및 개선방안 등이다.

○반발하는 홍준표 경남지사

홍 지사는 복지부의 재의 요구와 국회 국정조사 증인 출석, 주민투표를 거부하고 내주 조례를 공포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홍 지사는 이날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례 재의 요구에 대해 “조례 공포는 도지사 권한”이라며 “재의 요구의 근거인 법령 위반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서 결정하겠다”고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국회 국정조사 특위 증인 채택에 대해선 “증인이 될 의무도 없고, 참고인이 될 의무도 없다”며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합법적이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진주의료원 휴·폐업 문제는 지방 고유 사무로 국회에서 지자체에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며 “지방 고유 사무에 대한 국정감사가 권한쟁의 대상인지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야권과 시민단체가 추진 중인 주민투표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포괄적인 심판을 받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거부했다.

김용준/창원=강종효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