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경영정상화 이끈 '50년 건설 산증인' 이지송 사장 퇴임…"매일 매일이 생존하기 위한 전쟁이었다"
통합 LH(한국토지주택공사) 초대 사장을 맡아 경영 혁신을 이끌었던 이지송 사장(사진)이 14일 경기 성남시 LH 사옥에서 퇴임식을 했다. 2009년 LH 사장으로 취임한 지 3년8개월 만이자 건설업계에 발을 디딘 지 50년 만이다.

이 사장은 퇴임사에서 “매일 매일이 전쟁이었고 생존과의 싸움이었다”고 회고한 뒤 “변화와 개혁으로 통합 LH의 토대와 기틀을 세우고 경영정상화의 초석을 닦아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신과 신념에 따라 최선을 다해 후회나 미련은 없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며 휴일과 주말도 잊고 경영정상화에 매진해준 직원들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1965년 건설부(현 국토교통부) 한강유역합동조사단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수자원공사를 거쳐 1976년부터 30여년간 현대건설에 몸담았다. 1999년 현대건설 부사장으로 물러난 뒤 경인운하 사장, 경복대 토목설계학과 교수를 지내다 2003년 3월 현대건설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당시 현대건설은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상태여서 건설명가의 자존심이 상한 상태였다. 이 사장은 “권토중래(捲土重來)의 각오로 과거의 명예와 자존심을 찾겠다”고 선언한 뒤 뚝심과 열정의 리더십으로 3년 만에 경영을 정상화했다. 당시 현대건설 노조는 이 사장 부부에게 감사 글귀가 새겨진 금반지를 선물했다.

현대건설 퇴임 후 경복대 총장으로 3년간 재임한 뒤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통합한 LH 초대 사장으로 선임됐다. 건설업에서 쌓아온 경력과 현대건설을 정상화한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LH는 출범 당시 부채가 100조원을 웃돌아 ‘부실 공룡’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재무상황이 나빴다. 조직원 간 갈등과 반목의 골도 깊었다. 이 사장은 “사무실 칸막이도 없애고 출신을 따지지 말고 뭉치자”며 조직 통합에 앞장섰다. 초기 업무 파악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햄버거와 짜장면으로 점심식사를 때운 일은 지금도 직원들 사이에 회자된다.

이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비상경영체제에 돌입, 재무구조 개선에 적극 나섰다. 주택 용지 판매에 주력하는 동시에 통합 이전 두 공사가 경쟁적으로 벌여놓은 414개 택지지구(사업비 425조원) 사업을 절반에 가까운 252개 택지지구(317조원)로 줄이는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같은 경영혁신 덕분에 2009년 한 해 20조원이나 불어났던 금융부채 증가액이 2011년과 지난해 각각 6조원대에 머무는 등 부채 증가속도가 둔화됐다. 부채비율은 2009년 524%에서 지난해 466%로 줄었다.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섰다.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실버사원을 2011년과 지난해 각각 2000명 고용한 데 이어 올해는 3000명으로 늘렸다. 공기업 최초 4년제 대학인 LH 토지주택대도 설립했다.

이 사장은 현대건설 재임 시절 경영정상화에 대한 보답으로 채권단으로부터 받은 현대엔지니어링 스톡옵션 5만주(200억원 규모)에 대한 권리를 포기했다. “임직원이 다 같이 고생한 대가이니 다시 회사에 돌려주는 게 마땅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사장은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조용히 퇴장해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평소 지론을 실천했다. 퇴임 후 모교인 한양대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건설인생 50년의 산 경험을 후학들에게 전수할 예정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