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회' 등 일본 극우 시위대가 오사카 한인 밀집 지역에서 욱일승천기와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오사카연합뉴스
'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회' 등 일본 극우 시위대가 오사카 한인 밀집 지역에서 욱일승천기와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오사카연합뉴스
지난 3월 말 유튜브에 동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일본 극우단체인 ‘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회’ 오사카 지부가 ‘일·한 국교단절 국민대행진’이라는 행사를 진행하는 장면이었다. 동영상 말미에는 한 남성이 확성기를 들고 나타나 충격적인 발언을 한다. “길거리에서 조선인이 보이면 돌을 던져라. 조선인 여자는 레이프(rape·강간)해도 괜찮다.”

일본 내 우익단체들의 ‘혐한(嫌韓) 시위’가 도를 넘고 있다. 도쿄 신주쿠와 오사카 등 한국인 밀집 지역에서는 거의 매주 일요일 극단적인 선동이 이어지고 있다.

시위 도중 터져 나오는 선동은 섬뜩할 정도다. ‘조선인을 죽여라’고 악을 쓰는 건 기본이고, 최근엔 ‘일본 내 한국인을 미사일에 감아서 쏴버리자’는 구호도 등장했다. 작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잦아지기 시작한 반한 시위가 아베 신조 총리 등장으로 더욱 힘을 받는 양상이다.

일본 내에서도 자성론이 일 정도로 이들 시위대의 행동은 과격하다. 이런 극단적 우익세력은 일본 전체 우익에서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이 거리낌 없이 활개를 칠 정도로 일본 내 우익 성향이 강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사히신문은 “적을 만들어 폭력적인 언사를 퍼붓고 그걸 용인하고 선동하는 사회 풍조가 있다”고 걱정했다.

극단으로 치닫는 혐한 시위대를 성토하는 움직임도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3월엔 아리타 요시후 민주당 의원 등 정치인들이 모여 ‘배외(排外)주의·인종모멸 시위에 항의하는 국회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인종이나 국적을 문제 삼는 ‘혐오 발언’에 대해 법적 규제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대표적 우익 단체인 잇스이카이의 스즈키 구니오 고문도 “‘나가라’ ‘돌아가라’고 하는 건 민족주의도, 우익도 아니다”며 의원들의 주장에 동조했다.

혐한 시위에 맞서는 일본인 단체도 생겼다. ‘인종주의자를 막는 부대’가 대표적. 이 단체는 비폭력을 내세우며 지난 2월부터 혐한 시위 현장에서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