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미성년자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수배를 받던 미국인이 한국으로 숨은 들어와 학원강사로 일한지 8년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미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한국에 몰래 들어온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 미국인 A씨(44)를 체포해 추방할 예정이라고 3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03년 8월부터 10월까지 미국 켄터키주에서 4차례에 걸쳐 미성년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현지 수사기관의 추적을 받게 되자 태국을 경유해 2004년 한국으로 들어왔다. A씨는 외국어 강사들이 받는 외국인 비자인 E-2(회화지도)로 한국에 입국해 전북 지역의 어학원과 초등학교, 대학원 등에서 원어민 강사로 8년여 동안 활동했다.

한국 체류 중 일할 곳을 찾지 못해 체류기간 2년이 지났을 때는 필리핀 등 동남아를 다녀와 비자를 재발급받았다. 2010년부터는 외국인이 비자를 신청할 때 범죄경력조회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수사나 수배 내용은 기록되지 않아 비자를 받는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A씨는 지난해 9월 FBI에 범죄경력조회서를 신청하면서 자신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노출시켰다. 이에 미국 수사기관은 주한미국대사관에 A씨의 신원을 알렸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 지난달 26일 A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국내에서 유아와 초·중·고교생들에게 영어와 미술 등을 가르치는 동안 별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 정책 본부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E-2 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은 1만4922명이며, 3월 입국자수는 2599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출입국관리사무소, 미국 수사기관 등과 협조해 외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국내에서 활동하는 원어민 강사가 있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상익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