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제1파이넥스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용융로 내부에 산소를 흡입하는 통풍 기능이 저하되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포스코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8시 발생한 화재는 용융로 내부에 발생한 이상 고온과 압력, 가스 등이 분출하면서 코크스 등 내부 용융물이 대풍구(26번)를 파손시키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때 붉게 달아오른 코크스 등 용융물이 대풍구 외부로 튀어나와 냉각수와 산소 등과 반응하면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포스코 측은 사고 발생 4일 전인 18일부터 22일 오전 4시까지 용융로 공정에 대한 중간 정기점검을 마치고 풍구를 통해 공기를 주입하는 송풍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때만 해도 이상징후는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며 “용융로 내부에 들어가는 석탄과 광석 등 원료의 흐름을 방해한 원인에 대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세계 철강업계에서 용융로 내부의 이상조건 발생으로 풍구가 파손되는 사례는 종종 있다”며 “이에 대한 규명이 철강업계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산소를 불어넣는 대풍구 내부에 삽입되는 소풍구가 아닌 대풍구가 손상됐다는 점에서 용융로 내부의 내화물이 떨어져 나와 용융로 내부의 통풍 조건을 악화시켰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포스코는 사고 발생 3일째인 25일 복구를 끝내고 26일부터 용융로 내부에 쇳물이 식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풍구로 공기를 삽입하는 등 보열작업을 벌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정상 가동 시 융융로는 1500도로 유지돼야 하는데 현재 가동 중단으로 1200도까지 떨어졌다”며 “쇳물이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비상 보열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이번 사고가 용융로 내부 폭발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파이넥스 1공장의 정상가동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고용노동부와 경찰 등이 현재 진행 중인 합동조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고 고용부가 가동 승인을 내야 정상가동에 들어갈 수 있다.

포스코 파이넥스 공장이 국가 보안시설이어서 정기점검에서 소방당국이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포항남부소방서 관계자는 “포스코 용융로 설비는 1년에 한 차례 정기점검을 하는데 전문업체에 맡기고 소방서는 결과만 받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하인식/김덕용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