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500조원이 넘는 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한국도 뛰기 시작했다. 다국적 기업의 각축전인 수처리 산업에 국내 기업들이 도전장을 던졌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블루골드’ 산업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국내 ‘물산업 허브’가 될 대구 물산업 클러스터는 2017년을 목표로 밑그림 작업에 돌입했다.

흙탕물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수처리 사업, 상하수도 서비스, 물 관련 토목공사 등 물산업의 범위는 넓다. 인구 증가와 이상 기후로 물이 귀해지면서 물산업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영국 전문조사기관 GWI에 따르면 물산업 규모는 2010년 4828억달러(약 580조원)에서 매년 6.5%씩 급성장, 2025년에는 8650억달러(약 104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멘스와 GE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일찌감치 시장 쟁탈전에 뛰어든 이유다.

한국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1%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0년까지 3조4000억원을 투자, 세계적인 물기업을 양성하겠다는 ‘물산업 육성계획’을 2010년 내놨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GS건설은 수처리 플랜트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스페인 기업 이니마를 지난해 인수했다. 두산중공업도 영국 기업 엔퓨어를 사들여 수처리 사업의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대구시는 물산업 클러스터를 통해 급성장하는 국내 물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의 국가과학산업단지에 2017년까지 총 사업비 5400억원(국비 5200억원, 지방비 200억원)을 들여 물산업 종합 산학단지를 조성한다는 청사진을 지난 1월 발표했다. 국가 물산업의 컨트롤 타워인 ‘한국물산업진흥원’, 기술 실험 공간인 ‘물산업 실증단지’ 등이 이곳에 들어서게 된다.

2015년에는 ‘제7차 세계 물포럼’을 개최한다. 낙동강과 금호강 등 수자원이 풍부한 데다 전문인력을 확보하기도 쉬워 클러스터 조성지로 유리하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주변 산업도시와 연계성이 높고 광역교통망이 발달한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사건을 겪었고, ‘죽음의 강’ 금호강을 ‘생명의 강’으로 바꾼 경험이 있는 대구시는 ‘이제 물산업의 미래를 보여줄 것’이라며 고무돼 있다.

대구시는 실무 준비를 위해 올초 대구경북연구원, 대구테크노파크 등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 사업에 들어갈 것”이라며 “설계와 조성이 함께 이뤄지는 사업이라 10월에는 첫삽을 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200여개 ‘물기업’을 키우고 1만여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게 목표”라며 “‘석유의 시대’를 넘어 ‘물의 시대’를 여는 데 국내 기업들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