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자진 출석해 자백…재판서 정상참작 고려한 듯

지난 2일 밤 서울 도심에서 난동을 부리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 주한미군 중 한 명인 C(26) 하사가 자신이 차를 운전해 도망치고 경찰관도 들이받았다고 경찰 조사에서 시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C하사는 11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해 "내가 비비탄 총을 쐈고 처음부터 경찰관과 대치할 때까지 운전을 했다"고 진술했다.

사건 당일 같이 차로 도주한 F(22·여) 상병과 D(23) 상병은 그동안 경찰 조사에서 "C하사가 운전을 했다"고 진술한 반면, C하사는 자신이 운전하다가 D상병에게 운전대를 넘겼고 경찰관을 들이받은 것은 D상병이라고 엇갈린 주장을 해왔다.

C하사는 이날 자신이 시민을 향해 비비탄 총을 쏜 사실도 인정했다.

앞서 F상병도 비비탄 총을 쐈다고 시인한 바 있다.

그러나 C하사는 "경찰이 검문하려고 할 때 도주를 제안한 것은 F상병"이라고 진술, 도주를 주도한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장난삼아 (비비탄 총을) 쐈다"는 F상병과는 다른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C하사와 F상병이 지난 6일 대질신문에서도 각자 주장을 굽히지 않음에 따라 현장조사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이들의 진술을 확인했다.

또 이들을 추격한 택시 운행 기록을 토대로 운전자를 바꿀 시간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C하사는 지난 9일 경찰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자진 출석 의사를 밝혔고 이날 군 정복 차림으로 변호인, 미 정부 대표와 함께 출석했다.

경찰은 "정황상 C하사가 운전한 것으로 좁혀지는 상황에서 재판과정에서 정상참작 등을 받을 것을 고려해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본다"며 "지난 조사 때와 다르게 정복을 입고 출두한 것은 '떳떳하게 조사받으라'는 미군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C하사는 이날 조사에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다친 임성묵 순경과 시민들에게 보상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한편, 경찰은 사건 당시 이들이 탄 차량 앞좌석과 뒷좌석에서 발견된 혈흔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감식한 결과 뒷좌석의 혈흔이 D상병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좌석 혈흔이 누구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국과수에 의뢰한 약물검사 결과가 12일께 나올 것으로 보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수사에 반영할 계획이다.

앞서 경찰이 병원에서 치료 중인 D상병을 제외한 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간이키트 약물검사에서는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경찰은 이들 미군에 대해 도로교통법 위반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 혐의 외에도 경찰관과 시민에게 물리력을 가했다는 점을 고려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도주 경위 등이 아직 확인되지 않아 구속, 불구속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구속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주한미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 주한미군 주둔지위협정(SOFA) 담당 검사가 이를 검토해 법무부에 보고하고 법무부가 미군과 관련 협의를 마치면 법원에서 해당 주한미군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벌이게 된다.

이후 영장이 발부되면 법원이 지정한 구치소에 수감된다.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김수진 기자 chomj@yna.co.krgogo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