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들이 서울 도심에서 한밤중에 시민을 위협하는 난동을 부리고 도주, 경찰이 실탄까지 발사하며 심야 추격전을 벌이는 소동이 발생했다.

3일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11시53분께 이태원동 해밀턴호텔 앞에서 주한미군이 ‘공기총이나 새총을 쏘는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돼 이태원 지구대 경찰 2명이 출동했다. 경찰은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인근에서 옵티마 승용차를 탄 주한미군 B일병(23) 등 3명을 발견, 검거에 나섰으나 미군은 경찰을 차량으로 밀치고 도주했다. 당시 인근에 있던 이태원지구대 임모 순경(30)이 택시기사 최모씨의 신고를 받고 최씨의 택시에 올라타 함께 미군 차량을 추격했다.

미군은 시속 150~160㎞의 속도로 도주했고 추격전은 광진구 성수사거리의 한 막다른 골목에 이를 때까지 10분가량 이어졌다. 임 순경은 공포탄 한 발을 쏘고 차량이 멈추지 않자 차 바퀴 등에 실탄 3발을 발사했으나 미군들은 임 순경의 왼쪽 무릎과 발 등을 들이받고서 도주했다. 차를 운전한 B일병은 왼쪽 어깨에 실탄을 맞아 미군 병원에 입원했으나 위독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차량에 부딪힌 임 순경도 순천향대병원 응급실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고, 반깁스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택시기사 최씨는 “경찰이 실탄을 발사하자 차량이 근처에 주차된 차들을 들이받으면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미8군과 미군 범죄수사대(CID)와 협조해 B일병을 피의자 신분으로, 동행한 2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4일 오전까지 출석하라고 요구했다. 차에 동승했던 C하사(26)와 그의 부인은 이날 오전 9시께 용산경찰서를 찾아 한 시간가량 당시 상황을 진술하고 귀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미국 대표부와 통역, CID가 입회해야 하는데 CID만 동행해 정식조사를 할 수 없었다”며 “이들은 ‘어떤 아랍인한테 총을 맞고 차를 빼앗겼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장난감 총기용 BB탄알이 몇 개 발견됨에 따라 미군이 쏜 총이 BB탄총이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크리스 젠트리 주한 미8군 부사령관은 이날 용산경찰서를 방문,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하며 전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