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주어진 장애는 제가 평생 함께해야 할 숙명이었습니다. 결국은 수용하고, 같이 나아가는 것만이 제게 남은 인생을 올바르고 보람되게 사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26일 열린 서울대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대표 연설을 한 원자핵공학과 이재권 씨(25·사진)는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2급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졸업하게 됐으나 성적은 중위권이며 취업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동안 서울대는 각 단과대학 수석졸업자 등 성적우수자들이 졸업생 연사로 나섰으나 장애인이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 입학 이후 빛났던 일이 없었다”고 밝힌 이씨는 “한때 학교를 그만 두고 싶었던 적도 있고 좌절 끝에 죽음을 생각해본 적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홀로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지금의 고통에 눌려 앞으로 내게 주어진 인생에서 뜻한 바를 이뤄보지도 못하는 것은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우리가 짊어지고 있는 모든 것들은 기쁨뿐 아니라 슬픔, 괴로움까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며 사회에 진출하는 졸업생 모두에게 희망과 축복이 가득하길 기원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역경을 딛고 졸업하는 장애인이 대표 연설을 하면 졸업식의 의미가 더욱 뜻깊을 것이라고 생각해 이씨에게 연설을 맡겼다”고 소개했다.

이날 학사 2565명, 석사 1939명, 박사 617명에게 학위를 수여한 오연천 총장은 “어느 곳에서 일하든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을 잊지 말고, 서울대 졸업생으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안고 헌신과 배려를 바탕으로 역량을 힘껏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