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경 영접했다고? 내 지위 무시한 허위진술"
검찰 구형량은 최시중·천신일보다 다소 낮아

1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 피고인석에 두터운 하늘색 수의를 입고 구부정하게 선 현직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78) 전 새누리당 의원.
한 때 `만사형통(萬事兄通)'으로 불리며 정치권을 호령하던 기세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피고인 최후 진술에서 목소리를 높여 무죄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1심 결심 공판에서 선처를 호소하며 눈물을 훔쳤던 최시중(76) 전 방송통신위원장과는 확연히 대비됐다.

안압이 높아져 안약을 넣은 채로 웬만하면 눈을 감고 있는 때가 많은 이 전 의원은 검은테 돋보기를 쓴 채 미리 적어온 최후 진술서를 20여분간 꼼꼼히 읽어내렸다.

그는 "여기 서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럽고 국민께 죄송하다.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운을 뗐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써온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거나 "팔십 가까워 인생을 정리해야 하는 나이에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 처지가 되니 죽고 싶도록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할 때도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법대를 한 차례 올려다 본 이 전 의원은 앞서 변호인 2명이 3시간 가까이 최후 변론을 펼쳤음에도 모자란 듯 스스로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따지기 시작했다.

그는 "증인 중에 내용도 모르고 내가 누굴 만났다느니 간섭했다느니 얘기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런 일은 절대 없었다"며 "나는 결코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을 한 특급호텔에서 만났을 때 내가 먼저 가서 그를 영접했다고 말한 것은 내 사회적 지위를 무시한 허위 진술"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최후 진술이 길어지면서 법정 분위기가 다소 흐트러지자 "할 말이 많지만 이만 줄이겠다.

부디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진술서를 덮었다.

이 전 의원이 이같이 결백을 주장한 만큼 오는 24일 선고공판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항소하지 않는다면 최근 논란이 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 검토와 맞물려 사면을 염두에 둔 처사로 해석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의원과 검찰이 1심 선고 이후 7일 이내에 항소하지 않으면 다음 달 1일 형이 확정될 수도 있다.

따라서 물리적으로 사면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이날 결심에서 이 전 의원에게 내려진 구형량은 다른 대통령 측근들과 비교할 때 다소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검찰은 1심에서 최시중 전 위원장에게 징역 3년6월, 천신일(70) ㈜세중나모여행 회장에게 징역 4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 측이 논고와 구형 이유를 밝힌 시간도 전부 합쳐 20여분에 그칠 정도로 세간의 관심이나 재판 기간 등에 비춰 짧은 편이었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