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당산동 영등포구청 맞은편의 작은 동네빵집 ‘유성용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빵집이 동네 곳곳에 생기는 와중에도 1999년 개업한 이래 꾸준히 자신의 맛을 지켜온 이곳 유성용 사장(사진)이 최근 영등포구청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독거노인과 노숙인 등 불우이웃에게 10년이 넘도록 빵을 제공해온 봉사활동이 모범사례로 꼽힌 것이다.

전북 정읍에서 태어난 유 사장은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열일곱에 사촌형을 따라 부산으로 가 제빵 기술을 배웠다. 몇 년 동안 빵 굽는 기술을 익힌 유 사장은 1984년 서울시청에 일자리를 얻었다. 구내식당에서 토스트를 만들고 시 행사에 쓰이는 빵과 케이크를 열심히 만들던 중 1999년 12월 영등포구청 앞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유성용 베이커리를 개업했다. 유 사장은 “내 이름을 단 빵집을 보고 평생 시골에서 사셨던 어머니가 감격해 하셨다”고 회상했다.

유 사장은 빵집을 연 이듬해인 2000년부터 구청과 지역 내 여러 기관을 통해 빵을 기부해왔다. 사업 초기 기반을 닦느라 여력이 없을 때도 유 사장은 이웃을 도울 생각을 먼저 했다. 저녁까지 팔지 못한 빵을 할인 판매하는 곳도 많았지만 유 사장은 이윤보다 이웃을 돕고 싶었다.

마침 푸드뱅크에서 불우이웃을 위한 식품 지원에 참여할 생각이 있느냐는 제의를 받고 시작한 기부활동이 벌써 13년이 됐다. 연간 기부 규모가 1만여명 분, 값으로는 1000만원을 넘는다. 3년 전부터는 영등포구청에서 시행하는 민간기부 프로그램인 ‘디딤돌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선행에도 유 사장은 “남은 빵을 기부하는 것이 쑥스럽다. 이런 일 정도는 봉사도 아닌데, 주변에 알려지는 게 민망하다”고 낯을 붉혔다.

빵집 인근 주민 박금순 씨(50)는 “빵맛이 좋아 7년 전 이사 올 때부터 찾는 단골집인데 이런 선행을 하는 줄 몰랐다”며 “앞으로도 오래오래 동네 빵집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주변에 많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들어오면서 자리를 지키는 것이 사실 여의치 않다”면서도 “기부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계속 빵을 구웠으면 좋겠다”고 새해 소망을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