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선박 갑판에 각종 장비 얽혀 수중 수색작업 난항

울산 앞바다에서 전복, 침몰돼 대형 인명피해를 낸 작업선 석정 36호의 실종자 수색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해저에 가라앉은 배의 갑판 위에 복잡한 설비와 장비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석정 36호와 똑같은 종류의 해상 콘크리트 타설 작업선인 항타선(DCM, 일명 말뚝박기선)을 20일 사진으로 확인한 결과 갑판에 사람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설비와 장비가 많았다.

석정 36호는 길이 60m, 폭 40m의 바지선으로 갑판에 해상 콘크리트 타설 장비를 싣고 있다.

배의 앞부분인 이물(선수) 쪽 갑판 끝에는 높이 80m짜리 2기와 86m짜리 3기 등 천공기 5기가 한 묶음으로 일렬로 서 있다.

철제 지지대가 천공기 양쪽을 붙들어 버티며 갑판에는 45도 각도로 설치돼 있다.

뒷부분인 고물(선미) 쪽에는 휴식처, 식당, 작업실로 사용되는 3층짜리 철제 사무실이 있다.

선미 쪽에는 자갈과 시멘트 등을 넣어 콘크리트를 만드는 설비가 자리잡고 있다.

이 설비에서 나온 콘크리트를 배합해 천공기로 공급하는 레미콘 7, 8개는 배의 갑판 좌현에 죽 늘어서 있다.

배의 갑판은 그야말로 사람이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설비와 장비가 미로처럼 얽혀 있는 것이다.

사고 선박은 부러진 천공기가 철제 사무실을 덮친 상태로 해저에 똑바로 가라앉아 있다고 해경 잠수대원들은 전했다.

특히 사고 당시 부러진 천공기가 갑판 위 철제 사무실을 덮쳐 사무실의 2, 3층은 폭삭 내려앉았고 1층과 2층 사이의 공간만 조금 남아 있다.

해경 잠수대원들이 지난 15일 이 공간에서 실종자 1명을 찾아냈다.

배가 침몰한 곳은 수심 20m의 비교적 얕은 바다이다.

그러나 실종자 수색작업이 지연되는 것은 갑판 위에 설비와 장비가 얽혀 있는데다 천공기가 부러지면서 철제 조각과 와이어 등이 떠다녀 잠수대원들이 샅샅이 뒤지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사고 해역은 해류가 빠르고 시계가 흐려 수색작업을 방해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6일 오전에는 한 잠수대원이 수색작업을 하다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철 기둥에 받혀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남해해경청 특수구조단 박광호 단장은 "수중에 선박 구조물과 부유물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수색 작업이 상당히 어렵다"며 "그렇지만 잠수대원들은 가족을 찾는 마음으로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정 36호는 지난 14일 오후 7시10분께 전복, 침몰되면서 승선원 24명이 바다에 빠져 12명이 구조됐으나 현재 7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상태다.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lee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