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또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한상대 검찰총장(사진)이 잇따른 검사 비리에 책임을 지고 3일 오후 공식 퇴임식과 함께 물러났지만 검찰의 ‘비리 시리즈’는 현재진행형이다. 뇌물 검사, 성추문 검사, 위장개혁 검사 사건이 터진 지 불과 며칠 만에 지방검찰청 중 핵심인 서울중앙지검에서 평검사의 사건 알선 비리 의혹이 또다시 터졌다. 검찰 안팎에선 “이대로 조직이 와해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끝간 데 없는 검사 비리

대검찰청 감찰본부(이준호 본부장)는 이날 자신이 수사한 사건 피의자를 매형이 근무하는 법무법인에 알선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속 박모 검사(37)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검사는 사건을 알선한 데다 1억원을 수수한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박 검사 명의의 금융기관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받아 4일부터 자금 입출금 내역을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 등에 따르면 박 검사의 매형은 피의자에게 과도한 액수의 수임료를 요구했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피의자가 이를 감찰본부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검사와 판사가 학맥, 지연 등이 닿는 변호사를 소개해주는 일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학과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어온 처지여서 불법인 줄 알면서도 암암리에 사건 알선이 자행돼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서울중앙지검 박모 검사의 경우 본인이 직접 수사한 사건의 변호를 맡을 변호사를 자신이 소개했다는 게 충격적이다. 박 검사는 2010년 간호조무사 등 무자격자를 시켜 프로포폴(일명 우유주사)을 환자에게 투여한 혐의로 성형외과 원장이던 이번 사건 관계자 등 7명을 불구속기소했다.

○한 총장 “오만과의 전쟁에서 졌다”

지난달 30일 “떠나는 사람은 말이 없다”며 1분 만에 사퇴기자회견을 끝냈던 한 총장은 이날 퇴임사에서 “취임해 종북좌익세력과의 전쟁, 부정부패와의 전쟁, 우리 내부와의 전쟁 등 3대 전쟁을 선포했는데 내부 적과의 전쟁에서 졌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내부 적인 우리 오만과의 전쟁은 고뇌와 고난, 오해와 음해로 점철된 끊임없는 전투, 처절한 여정이었다”며 “환부를 도려내면 다시 돋아나고 적을 물리치면 또다시 물밀 듯 다가와 우리의 오만을 넘지 못하고 여러분의 이해와 도움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힘을 바탕으로 한 오만불손함을 버리자”고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최재경 중수부장 사퇴는 반려

최재경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지난달 30일 채동욱 대검 차장에게 제출한 사표는 반려됐다. 대검 관계자는“한 총장은 최 중수부장이 사표를 제출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조직 안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반려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 중수부장은 대검 감찰본부의 감찰조사가 끝나는 대로 거취를 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총장과 최 중수부장은 중수부 존폐, 감찰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하면서 사상 초유의 검찰 지도부 내분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최 중수부장은 “감찰 문제가 종결되는 대로 공직자로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며 사표를 제출했다.

장성호/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