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로 예정된 검찰개혁안 발표를 앞두고 검찰이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냈다. 검찰 간부들이 집단으로 검찰 수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검란(檢亂)의 형국이다. 최재경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에 대한 감찰 착수와 검찰개혁방안을 둘러싼 수뇌부 간 이견이 직접적 도화선이 됐다.

하지만 검찰 내부의 곪은 상처가 일시에 터져나왔다는 지적이다. 이참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며 통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군림’해온 검찰에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은 “검찰총장은 자리 보전을 위해 중앙수사부 폐지라는 거짓된 말을 하고 중수부장은 중수부 존치를 위해 총장더러 사퇴하라고 한다”며 “사상 최고의 검붕(검찰붕괴) 사건을 맞아 국민도 멘붕이 됐다”고 성토했다.

○대검중수부 폐지 vs 총장 퇴진

대검 중수부 폐지론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끊임없이 불거져 나왔다. 그럼에도 중수부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됐던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됐기 때문에 여론의 지지를 받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한상대 검찰총장이 “중수부 폐지 등 정치권의 검찰개혁안을 백지상태에서 검토하겠다”고 언급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부 반발에 부딪쳤다. 주로 형사부서와 법무부를 거쳐 중수부에서 근무한 적이 없는 한 총장이 검찰의 자존심인 중수부 폐지를 거론한데 대해 불만이 터져나왔다. 중수부를 희생양 삼아 최근 일련의 검찰비리에 따른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무리수’라고 판단한 것이다.

채동욱 대검차장을 비롯해 서울중앙지검의 특수부 금융조세조사부 등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검사들이 강력하게 반발했고, 대검 중수1과장과 수사기획관을 거친 최 중수부장은 한 총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러자 한 총장은 역으로 최 부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특임검사 조사를 받고 있는 김광준 검사에게 언론 대응을 조언한 약점을 파고들었다. 최 부장이 “김광준 검사 수뢰사건, 성추문사건 이후 한 총장의 진퇴문제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의견 대립이 있었고 그것이 (나에 대한) 감찰조사로 이어졌다”고 반발한 배경이다.

○‘돈검사’ ‘성(性)검사’…곳곳이 비리

최근 사임한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장은 “검찰이 오랫동안 안고 있는 문제들이 안팎으로 폭발성을 갖고 내연 중”이라고 사태를 진단했다. 곳곳이 지뢰밭이라는 얘기다.

최근 잇따라 드러난 비리 의혹만 해도 대부분 ‘검찰 초유’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대형 사고들이다. 현직 부장인 김광준 검사는 차명계좌를 이용, 유진그룹 등에서 9억8000여만원의 금품을 수수하는 대담성을 보였다. 김 검사 비리의혹을 경찰이 적발하자마자 거의 동시에 검찰총장이 특임검사를 임명하면서 ‘이중수사’ 논란과 검·경수사권 갈등이라는 해묵은 치부를 또다시 노출시켰다.

절도혐의의 여성피의자와 검찰청 집무실과 여관에서 수차례 성관계를 가진 로스쿨 출신 전모 검사 사건도 검찰의 도덕성 추락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광주지검 검사도 순천지청 근무 당시 화상경매장 관련 뇌물사건을 수사하면서 피고인으로부터 향응을 받는 등 비리 행렬에 가세했다. 여기에 검찰개혁 방안을 제시한 윤대해 검사가 사실은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을 ‘커밍아웃’하는 바람에 검찰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한 상태다.

○수사·기소권 독점으로 절대권력 군림

한국 검찰은 수사권은 물론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다. 최근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도 수사개시권을 보장받았지만 김광준 검사 사건 등에서 알 수 있듯 검찰의 수사권 앞에선 힘을 못 쓰는 ‘무늬만 수사권’이다. 이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외국사례와도 대비되는 대목이다.

한국과 법체계가 비슷한 일본만 해도 경찰에게 1차 수사권과 영장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다. 최근 일련의 비리사태는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는 상식과 무소불위의 칼날을 휘두르는 검찰 권력을 국민이 제어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