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나왔는데 이게 뭐냐" 불만도 봇물
일용직 노동자들 무더기 결근에 인력사무소 '텅텅'


버스업계가 22일 아침 버스 운행 중단을 일단 철회함에 따라 서울시내 노선이 정상 운행되면서 우려했던 '버스 대란'을 일단 비켜갔다.

그러나 오전 6시20분부터 운행이 재개된 사실을 몰랐거나 그 이전에 출근을 서두른 시민들은 "괜한 고생을 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또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버스업계가 다시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함에 따라 버스가 언제 또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전한 상태다.

서울시와 경찰은 시민 혼란이 없도록 고속도로와 시내 가로변 버스전용차로의 승용차 통행을 오늘 중 당분간 허용하기로 했다.

◇출근길 시민 일단 '안도의 한숨' = 버스 운행이 재개되고 나서 출근을 시작한 시민들은 평소대로 버스를 타고 출근할 수 있다는 데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양천구 목동에서 서울대로 출근하는 회사원 이모(39)씨는 "평소 643번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오늘은 전철을 탈 생각으로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왔다"며 "전철이 붐빌까 걱정했는데 버스 운행이 재개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가양동에서 역삼역으로 출근하는 회사원 류지성(36)씨도 "평소 지하철로 출근하는데 오늘은 특히 지옥철이 될 것 같아 걱정했다"면서 "다행히 출근 전에 정상 운행됐다는 소식이 들려 마음이 놓인다"며 안도했다.

회사원 박동휘(31)씨도 "어젯밤 지도까지 찾아보며 택시, 지하철 등 다른 교통수단을 알아봤다"며 "혹 지각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아침에 버스 운행이 재개됐다는 뉴스를 보고 안심했다"고 밝혔다.

◇'일찍 출근했는데…' 불만도 빗발 = 그러나 버스 운행 재개 사실을 모른 채 평소보다 일찍 나온 시민들은 '괜한 짓을 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대학생 김상현(21)씨는 "인천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고 통학하는데, 오늘 버스가 운행을 안 한다고 해 인천에서 비싼 택시비를 내고 신도림역까지 왔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시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회사원 이모(40)씨는 "광역버스가 운행이 안 될 것 같아 자가용으로 평소보다 일찍 나왔는데 차 안에서 버스 정상운행 소식을 들어 황당했다"며 "벌써 퇴근길이 걱정"이라고 밝혔다.

한모(27)씨는 "운행이 재개돼 다행이지만 새벽에 일하시는 분들은 버스 안 다녀서 불편했을 것 아니냐"면서 "어머니가 새벽에 일을 나가시는데 지하철 이용법을 설명드려도 잘 모르셔서 결국 택시를 타셔야 했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평소 출근·통학길에 버스를 이용하던 시민들이 버스 대신 전철을 이용하면서 이날 지하철역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신도림역 관계자는 "지하철을 평소보다 1시간가량 일찍 운행한다고 하니 '첫차가 몇 시냐'는 문의 전화가 밤새 30~40통 정도 왔다"며 "새벽 4시부터 나와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하루 '공친' 일용직 노동자들 = 이른 새벽 출근해야 일감을 받을 수 있는 일용직 노동자 상당수는 이날 하루를 '공치는' 신세가 됐다.

중랑구의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사람들이 대부분 버스 타고 출근하는데 오늘 버스 운행을 안 해서 불만이 대단하더라"며 "원래 오전 5~6시께면 40~50명씩 모이는데 오늘은 절반 정도밖에 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성동구의 한 인력사무소 직원도 "일하는 분들이 이른 시각 공사장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주로 버스를 이용하는데 오늘은 버스가 없어 아예 출근을 안 한 사람이 많다"며 "오늘 영업에 지장이 크다"고 푸념했다.

관악구의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여기 오는 분들이 대부분 산꼭대기나 고시원에 살면서 평소에 버스를 타고 오전 5시40분까지 온다"며 "오늘은 그 시간에 버스가 안 다녀 1시간 이상 걸어오고도 결국 허탕치고 돌아간 분들이 허다하다"고 전했다.

이날 '버스 대란'에 대비해 승용차 요일제와 가로변 버스전용차로제를 한시적으로 해제했던 서울시는 일단 오전까지 가로변 버스전용차로제의 승용차 통행을 허용하고, 추후 교통 상황을 고려해 차로제 운용 재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부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는 오전까지 승용차 통행이 허용된다.

시 당국은 승용차 요일제는 버스 운행 재개와 함께 다시 정상적으로 시행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버스 운행 재개 소식을 접한 시민의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가로변 버스전용차로제를 일단 오전까지는 해제한 채로 유지할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오늘 하루 내내 해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