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불행을 통해 늘 곁에 있는 것들이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고통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13일 전북 전주 전북대에서 열린 삼성그룹의 토크콘서트 ‘열정락서’ 무대에 오른 박승우 삼성서울병원 교수(사진)는 “자신만 사랑하던 사람이 점점 큰 사랑을 갖게 된 것을 나누고 싶다”며 얘기를 시작했다. 박 교수는 누가 보더라도 성공한 삶의 이력을 갖고 있다. 1987년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대병원을 거쳐 삼성서울병원 정보전략실장(성균관대 의대 교수)을 맡고 있다.

하지만 그는 환자들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차가운 사람이었다고 털어놨다. 같은 학교 3년 후배인 아내의 친구들이 “남편 무서워서 어떻게 함께 사느냐”고 말할 정도였다. 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일하면서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했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당연하고 아이들은 저절로 큰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환자들이 큰 병에 걸렸다는 걸 진단했을 때 그들의 불행보다 성과를 올렸다는 점에 기뻐하기도 했다.”

두 아들은 그의 인생을 바꿨다. 1999년 7월 넘어져 엉덩이가 아프다던 큰아들의 골반뼈에서 커다란 혹이 발견됐다. 동료 의사들은 아들의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고 했고 살아날 확률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위로했다. 박 교수 자신도 두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가 불편하다.

“어린 아들이 마취도 않고 치료를 받는 것을 지켜보며 이렇게 고통스럽다면 차라리 아이가 고통없는 세상으로 가게 해 달라고 기도하기도 했다.”

기적적으로 큰아들의 병은 치료했으나 또 한번의 불행이 그를 덮쳤다. 2010년에는 둘째아들이 뇌염으로 쓰러졌다. 그는 “병원에서 마주한 아들이 말도 못하고 신체 일부가 마비돼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보고 건강할 때 잘해주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됐다”고 회상했다.

둘째아들이 회복한 후 그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고 옆에서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며 “아픈 사람을 보면 내가 아픈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한 달에 두 번 국내 의료봉사 활동을 나가는 것을 비롯해 인도 아프리카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는 것도 피하지 않는다.

박 교수는 선천성 심장질환, 심근경색증, 심장판막증, 협심증 등 심장질환 전문가다. 삼성서울병원 정보전략실장으로 전자의무기록 차트(EMR),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닥터 스마트’ 등 종이 없는 스마트 병원을 만드는 데도 몰두하고 있다.

전주=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