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후보 매수 행위가 27일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됨에 따라 곽 교육감은 직을 잃고 시교육청은 이대영 부교육감 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곽 교육감이 지금까지 2년여간 추진해온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등 서울시의 교육 정책들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와 함께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서울시교육감 재선거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의 교육현장 정책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곽 교육감이 그동안 정부 정책과 크게 엇갈린 행보를 보여온 데다 재선거 역시 교육계의 진보와 보수 진영이 치열한 이념 대결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 힘 잃을 듯

곽 교육감은 서울 지역의 첫 진보성향 교육감으로 당선된 후 ‘공교육 혁신’을 내걸고 여러 급진적인 정책을 시도했다. 논란이 컸던 학생인권조례는 제도 자체는 유지되더라도 교육 현장에선 힘을 잃을 전망이다. 학생들의 두발·휴대전화 소지 자유화와 전면 체벌 금지 등을 규정한 이 조례는 교실 붕괴와 교권 추락으로 이어져 일선 교사들까지 상당수 반대해왔다.

곽 교육감이 지난 1월 1심 판결 후 석방되자마자 조례를 공포했지만 교육과학기술부가 즉각 대법원에 조례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해 결론도 나지 않은 상태다. 직무대행을 맡은 이 부교육감은 직무대행 당시 교과부와 입장을 같이하며 서울시의회에 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를 했다. 곽 교육감은 임기 내 혁신학교 300개를 지정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지만 관련 예산이 편성되지 않으면 혁신학교 추가 설립은 불가능하다.

다만 전면 무상급식은 차기 교육감이 누가 되더라도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 의석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이 무상급식에 찬성하고 있어서다. 무상급식은 내년 초등학교 전학년과 중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대선 후보와 사실상 러닝메이트

서울시교육감 재선거가 대선과 함께 치러지면서 대선 후보와 교육감 후보가 ‘러닝메이트’의 성격을 상당 부분 띠게 됐다.

교육감 후보군도 대선처럼 진보와 보수 진영으로 나뉘어 있다. 이 때문에 서울지역 유권자들은 대선 후보를 선택하면서 성향이 비슷한 교육감 후보를 찍을 가능성이 높다. 곽 교육감이 정부와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교육 현장에 혼란이 벌어졌다는 점도 많은 시민들이 비슷한 성향의 후보를 찍을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또 각 진영을 어떤 교육감 후보가 대표하느냐가 서울 지역 전체판세를 결정하고, 이것이 대선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왝더독(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 주객전도)’도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 유권자는 19대 총선 기준으로 837만명으로 전국의 20.9%를 차지한다.

◆보수는 단결, 진보는 분열될 듯

교육감 재선거를 앞두고 보수와 진보 양 진영에서 총 20여명의 후보자가 거론되고 있다. 보수 진영은 일찌감치 단일화 작업에 들어간 반면 진보진영은 교수들과 전교조 간 대립으로 분열조짐을 보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보수 진영은 2010년 선거의 패배가 보수의 분열 때문임을 인식하고 최근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를 발족하는 등 조직적인 단일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이날 “재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올바르고 훌륭한 교육감 후보를 모시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하며 단일화 논의에 힘을 보탰다.

진보 진영에서는 이수호 전 전교조 위원장(교사 출신)과 송순재 서울교육연수원장(감리교신학대 교수)이 거론된다. 진보 진영에선 이제까지 전교조와 교수가 단일화 후보를 양분해 왔고, 이번에 방송대 교수 출신 곽 교육감이 퇴출됐기 때문에 이 전 위원장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다만 이 전 위원장은 통합진보당을 지지했던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이어서 진보 세력 내에서조차 ‘종북’(從北) 논란에 따른 거부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웅/강현우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