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거세게 내리는 빗속에서도 200여명의 학생이 잔디광장에 마련된 채용부스를 분주히 다니고 있었다. 이날 서울대 경력개발센터가 주관한 ‘우수인재 열린 채용박람회’에는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두산 CJ 등 국내 유명 대기업들 외에 이색적인 부스도 많았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도레이첨단소재 히타치 DeNA 하쿠호도 다케다약품공업 야마토운수 등 인재 채용을 위해 한국을 찾은 일본 기업들이었다. 일본 기업이 국내 대학 채용박람회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대의 이 행사에 10개 기업이 참여한 것에 비해 올해는 두 배가 넘는 25개 일본 기업이 한국의 인재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히타치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등 10개 기업은 현장에 독립 부스를 마련해 채용 상담을 진행하고 나머지 15개 기업은 ‘글로벌터치’ ‘워크인재팬’ 등 인재채용대행회사 부스를 통해 채용 과정을 안내했다.

인재채용회사 글로벌터치의 권경호 대표는 “일본 기업들이 내수로만 버틸 수 없다는 판단 아래 2000년대 후반부터 아시아 신흥 시장을 개척하는 데 노력해왔다”며 “자사 제품을 해외에 판매하거나 지사를 세울 때 현지 사정에 밝은 인재를 채용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참여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한국인의 장점으로 활동적인 면모와 적극성을 꼽았다. 정보기술(IT) 기업인 신일철솔루션즈 인사담당자 하나야마 고이치 씨는 “한국 학생들은 활동적이고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꼭 기술 분야가 아니더라도 영업 등에서 뛰어난 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원 조건은 일본어능력 1급을 요구하는 곳도 있지만 ‘사업상의 영어 구사능력’이나 ‘일본어가 우수하면 영어 능력 무관’ 등 대체로 엄격하지 않은 편이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에서 채용 상담을 받은 서울대생 강재완 씨(26·농경제사회학부 4년)는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일하면 국제감각을 키울 수 있어 지원하려 한다”고 관심을 보였다.

김태완 서울대 경력개발센터 소장은 “경제 위기를 겪는 일본이 자국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우수한 인재라면 국적을 따지지 않는 쪽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