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 초등생 피살사건으로 정부의 성범죄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2007년 12월 안양 초등생 2명 살해사건이 발생하자 이듬해 4월 여성가족부 등 9개 부처로 구성된 ‘아동·여성 보호대책 추진점검단’을 출범시켰다. 성범죄 근절을 위해 범정부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 점검단이 출범한 지 4년여가 지난 현재 정부의 성범죄 종합대책에는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처벌은 강화, 예방은 미흡

정부는 지난 5월 추진단 출범 4주년을 맞아 아동·여성 보호 종합대책 성과를 발표했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성폭력 가해자 법정형 상향(강간죄는 종전 5년→무기 또는 10년 이상), 신상정보 공개 및 우편고지, 전자발찌제도 도입 등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대폭 강화됐다. 13세 미만 여아와 장애여성 대상 강간죄의 공소시효 폐지 등도 시행됐다. 여성부 권익지원과 관계자는 “그동안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 제도 개선 분야에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성범죄 사전 예방 정책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2008년 점검단 추진 당시 정부는 처벌 강화뿐 아니라 사전범죄 예방을 위한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여성부는 지역의 관계기관과 민간이 함께하는 ‘아동·여성안전 지역연대’, 보건복지부는 ‘아동안전지킴이’ 등의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같은 안전망 시스템은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여성부 관계자는 “처벌 강화는 제도 개선으로 가능하지만 범죄예방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다소 부족했다”며 “예방차원에선 실패한 측면이 있는 건 맞다”고 인정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건수도 2007년 1067건에서 2008년 765건으로 줄었다가 2010년 999건으로 또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컨트롤 타워도 부재…졸속정책까지

부처별로 흩어진 성범죄 관련 대책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008년 4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점검단이 구성될 때부터 통합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여성부가 간사 역할을 맡고 있지만 부처별로 업무 영역이 나눠져 있어 통합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부처별로 추진된 정책에도 허점이 적지 않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여성부가 추진하는 16개 시·도의 ‘아동안전지도’ 시범사업을 분석한 결과 일부 지도는 성범죄자 거주지 등 위험지역이 누락돼 있고, CCTV 설치지역이 노출돼 오히려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경찰이 성범죄자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통영 초등생 살해 피의자인 김씨는 2005년에 성범죄를 저질러 신상공개 대상에선 제외됐지만 경찰이 관리하는 우범자 대상엔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지난달 말 김씨를 대상으로 3개월마다 진행되는 조사를 벌였지만 ‘특이동향 없음’으로 결론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성범죄자 관리가 허술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3개월에 한 번 실시하는 우범자 관리를 제외하면 성범죄자 명단은 여성부와 법무부가 관리할 뿐 경찰은 공개에 대한 권한이 일절 없다”고 해명했다.

강경민/박상익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