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75·구속·사진)이 파이시티에서 받은 수억원대 자금의 성격을 이명박 대통령을 위한 대선자금이었다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최 전 위원장의 발언에 따라 검찰이 2007년도 대통령 선거자금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설지 주목된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정선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최 전 위원장 측은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8억원을 수수했다는 혐의에 대해 “6억원을 받긴 했지만 청탁 대가성은 없었다”며 “파이시티 측이 지난 대선의 한나라당 경선용 자금 차원에서 준 돈을 순수하게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전 위원장은 검찰 수사를 받던 지난 4월 “파이시티에서 받은 돈을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와 관련된 여론조사에 썼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는데 이날 법정에서 같은 주장을 한 것이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파이시티 브로커 이동률 씨는 6억원을 건넨 배경에 대해 “2006년 4월 최 전 위원장이 나와 이정배 파이시티 대표를 서울 시내 한 호텔로 불러 ‘앞으로 경선을 하려면 언론포럼을 운영해야 하는데 1년 동안 참여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며 “최 전 위원장의 말을 자금 지원으로 이해해 1회에 5000만원씩 2006~2007년 사이 12회에 걸쳐 총 6억원을 줬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 전 위원장이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을 감안해 혹시 기회가 되면 파이시티 관련 도움을 달라는 차원에서 금품을 지원했고, 만날 때마다 사업의 어려운 점을 최 전 위원장에게 말했으며 파이시티 사무실에서 사업 관련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최 전 위원장이 수수 자체를 부인하는 2억원에 대해서 이씨는 “2008년 최 전 위원장의 보좌관 정모씨의 (금품 지원) 요청이 있었다”며 “정씨의 주선으로 사전에 시간 약속을 한 뒤 최 전 위원장을 찾아가 ‘필요하신 것 같아 준비했다’고 말한 뒤 쇼핑백에 든 돈을 두 번에 나눠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최 전 위원장이 대선과 경선을 치르면서 진 빚을 사후관리할 필요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2억원을 추가로 지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전 위원장 측은 2008년 2억원의 성격에 대해 “평소 친분 관계에 따른 금전 거래”라고 주장했으나 이씨는 “이전에는 최 전 위원장과 개인적으로 돈 거래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날 최 전 위원장과 함께 법정에 선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52·구속)은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과 함께 1억6000만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또 다시 부인했다.

최 전 위원장 측의 발언에 대해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대선자금 수사로 전면 확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홍일표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수사당국이 혐의가 있다면 조사할 일이지만 야당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