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대방동에 사는 직장인 김주성 씨(28)는 퇴근하면 곧장 컴퓨터 앞으로 달려간다. 각 대학에서 제공하는 ‘공짜 강의’에 푹 빠졌기 때문. 특히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의 경제학 강의와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의 특강을 즐겨 본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지만 인문사회학 전반에 걸쳐 배움에 목마름이 컸던 만큼 ‘공짜 강의’는 생활의 활력소로 자리잡았다. 김씨는 “대학 시절 다른 전공도 배우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았다”며 “졸업 후에도 무료강의를 통해 관심 분야를 쉽게 배울 수 있어 자기계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학생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대학 강의가 ‘OCW(Open Course Ware·대학강의공개)’를 통해 일반인에게도 개방되고 있다. 미국 하버드·예일대 등 세계적인 명문대가 ‘지식나눔’ 차원에서 추진해 온 OCW가 국내에서도 확산되는 추세다.

○‘서울대 명품강좌’도 공짜

서울대는 ‘서울대 명품강좌’ 등 명강의를 스마트폰으로 제공하는 ‘서울대 OCW’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33개의 한글강의 콘텐츠와 13개의 영어강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이 앱은 영역별 ‘강좌 보기’ ‘나의 강의실’로 즐겨찾기도 할 수 있다. 미시경제학 분야 석학인 이준구 교수의 ‘인간 생활과 경제’, 김희준 화학학부 교수의 ‘자연과학의 세계’ 등이 인기 강좌다.

국내 최초로 OCW를 도입한 곳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운영하는 고등교육교수학습자료공동활용서비스(KOCW)다. 고려·경희·영남대 등 전국 40여개 대학의 협조를 받아 2007년 12월 홈페이지(http://www.kocw.net)에 이들 대학의 강의 자료를 공개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2002년 처음 도입한 OCW를 벤치마킹했다.

숙명여대도 2009년 12월 SNOW (Sookmyung Network for Open World)란 지식공유플랫폼을 개발해 일반에 공개했다. 한양대가 개발한 HOWL(Hanyang Open World for Learning)도 지난해 1월부터 홈페이지 누적 방문자 수가 20만명에 이르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고려대는 외국 학생들을 위해 영어강의를 제공하고 한국어 강의는 영문으로 번역해 공개한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열린지식’ 동참

‘지식나눔’ 운동에는 경제 유관 연구소도 동참하고 있다. 명강의를 배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알짜’ 경제 지식을 보급한다. 삼성경제연구소 홈페이지(www.seri.org)의 ‘열린지식 존’에는 스탠퍼드·하버드·프린스턴대 등 미국 아이비리그 명강의가 즐비하다.

현대경제연구원(www.hri.co.kr)의 ‘열린지식카페’, LG경제연구원(www.lgeri.com)의 ‘경영정보 제공’도 지식나눔 운동의 일환이다. 국내 언론사에서는 한경아카데미(ac.hankyung.com)가 경제·경영 관련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

온라인에서 제공하는 공짜강의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 작은데다 언제 어디서나 강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송승철 한림대 영문학과 교수는 “스마트러닝을 이용해 시공간을 극복하면서 강의 공개가 쉬워졌다”며 “대학 입장에서도 무료 강의를 배포하는 게 대학평가지표에 반영되기 때문에 공급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