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서구 A고등학교의 한 학생은 최근 학교 게시판에 “일부 화장실 변기가 파손돼 있고 낡아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 고쳐달라”는 글을 올렸다가 학교로부터 “예산이 없어서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A고의 한 교사는 “화장실 전면 보수를 위해 교육청에 3000만원 예산을 신청했지만 2년째 보류됐다”며 “작은 공사들은 운영비를 돌려서 해왔지만 이제 운영비도 남은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 서울학교안전공제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시내 초·중·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총 8716건으로 2010년 8000건보다 9%가량 늘어났다. 사고 피해 학생 등에게 지급되는 ‘공제급여 지급액’은 37억500만원으로 18%나 늘었다. 안전공제회 관계자는 “안전사고 건수보다 지급액이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것은 대형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각급학교의 시설이 노후화되고 안전사고가 증가하는 원인이 학교시설·교육환경 개선 예산 감축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전면 무상급식 예산 확보를 위해 화장실, 놀이시설 개선 등 성과가 당장 잘 드러나지 않는 예산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와 서울교총은 시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예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시교육청이 전면 무상급식 조례를 만든 2010년 이후 학교 시설과 환경 개선 예산이 절반 이하로 삭감됐다고 1일 발표했다.

분석에 따르면 2010년 시교육청의 무상급식 예산은 172억원이었지만 2010년 12월 무상급식 조례 제정 후인 2011년에는 1162억원, 올해는 1381억원으로 2년 사이 7배 이상 늘었다.

반면 2010년 6179억원이던 학교시설·교육환경 개선 예산은 2011년 3326억원으로 대폭 삭감됐고 올해는 2849억원으로 줄어 2년 새 절반 아래로 깎였다.

다목적 공간 확보, 교육과정 운영 지원을 위한 시설 확충 등에 사용하는 ‘학교기타시설 증축 예산’은 2010년에 2617억원이었으나 2011년에는 40% 줄어든 1565억원이 배정됐다. 올해는 2010년 대비 60% 줄어든 1039억원에 불과하다. 또 학교환경 조성, 교육시설 현대화를 위한 ‘교육환경 개선 예산’은 2010년 3562억원이었으나 2011년 1761억원, 올해 181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교총은 “전면 무상급식과 같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교육환경 개선 관련 예산을 삭감함에 따라 화장실, 놀이시설, 탈의실 등 노후한 학교 시설을 제때 교체 또는 신축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또 “과학실, 음악실 등도 못 늘려 다양한 교육적 경험과 학습활동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시교육청은 특히 무상급식 예산 확보를 위해 급식시설 관련 예산까지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급식기구 교체 및 확충 예산은 2010년 293억원에서 2012년 105억원으로 64% 줄었고 학교급식 시설개선 및 확충 예산은 2010년 713억원에서 2012년 466억원으로 35% 삭감됐다.

장승혁 한국교총 선임연구원은 “시교육청이 급식비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다가 정작 급식의 질과 청결을 결정하는 급식기구의 교체나 확충, 쾌적한 급식 공간 마련을 위한 예산은 제대로 확보 못하는 앞뒤 안맞는 행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