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의된 대부업법 개정안의 핵심은 최고이자율을 현행 연 39%에서 연 30%로 내리자는 것이다. 발의자가 제시한 발의 이유를 보면 두 가지 내용이 눈에 띈다. 현행 최고이자율 연 39%가 대부업을 이용하는 서민들에게 과도한 부담이 된다는 주장과, 최고이자율 수준이 대부업체에 대한 특혜이며 다른 금융회사와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먼저 과도한 부담이라는 표현은 무엇과 비교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제도권 금융에 비해 대부업체의 금리가 매우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연 100~1000%에 달하는 불법사채 금리에 비하면 합법 대부업체의 금리는 낮은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제도권에 비해 대부업체의 금리가 높은 이유는 상대적으로 낮은 고객의 신용등급에 있다. 대부업 고객은 주로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들이다.

대부업법 개정안 발의자는 최고이자율이 대부업체에 대한 특혜이며 다른 금융회사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데, 왜 다른 서민금융회사는 대부업체와 같은 특혜를 누리지 않을까. 실제로 저축은행은 연 39%에 근접하는 금리를 받고 있지만 대부업체처럼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확대할 의향이 없어 보인다. 연 39%의 금리라 할지라도 저신용자의 높은 연체율 및 부도율 때문에 수익 계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업법 개정안 발의자가 의미하는 서민은 252만명의 대부업 이용자다. 대부업체에 대출을 신청한 모든 사람들이 대출을 받는 것은 아니다. 대부업체의 승인율이 25% 수준인데, 이는 대출이 승인된 252만명의 세 배에 달하는 750만명은 대출을 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사람들이 갈 곳은 불법 사채시장밖에 없다. 개정안 발의자는 대부업 이용자의 세 배에 달하는 수많은 서민들이 고금리의 불법사채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출수요자가 대출공급자보다 많은 이른바 초과수요가 발생한 원인은 금리상한 규제에 있다. 그럼에도 최고이자율을 연 30%로 낮춰 서민 부담을 줄인다는 것은 허상이다. 대출승인자의 이자부담은 줄지만 초과수요가 커져 더 많은 서민들이 불법시장으로 내몰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저금리 정책하에 많은 선진국들이 부채의 덫에 빠져 있으며,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도 1000조원을 넘어서면서 정부는 지난해 여름부터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조만간 유럽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현 시점에 저신용자에 대한 금리인하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2008년 대부업 총대출 규모 10조원 중 등록 대부업체가 5조6000억원, 미등록업체가 4조4000억원을 대출했다. 현재 등록 대부업 규모는 8조7000억원이며, 사금융 규모는 약 20조~30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4년 새 불법사금융 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그 원인으로는 경기침체로 인한 실업증대와 소득감소, 소비성향 증대, 최고이자율 인하 등을 들 수 있다.

2007년 연 49%였던 최고이자율은 2010년 연 44%에 이어 지난해 연 39%로 인하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부는 대부업 공급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최고이자율 인하로 인한 초과수요 증대를 문제삼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부업 공급이 줄어들고 있으며 정부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최근 보도자료에 의하면 금융위원회는 대부업체에 대한 규제 위주의 정책이 불법사금융 시장의 확대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만큼, 등록 대부업체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등 순기능을 할 수 있는 환경조성도 병행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상한금리가 대부업시장의 시장금리처럼 적용되는 것도 문제다. 신용이 나쁜 경우는 상한금리를 주고도 돈을 못 빌리지만, 신용이 괜찮은 사람은 상한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유는 서민금융시장 내 경쟁체계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서민금용 대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몰두하다가 지난 1년 동안 20개사가 퇴출됐다.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의 금융회사가 공급하는 햇살론은 정부의 보증지원 비율(85~95%) 때문에 위험관리를 등한시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대부업을 포함한 다양한 서민금융회사 간 공정한 경쟁을 통해 금리인하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규제가 아닌 경쟁을 통해 금리인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저신용 서민금융시장의 허용 여부와 불법시장 규모는 나라마다 다르다. 영국 일본 중국은 저신용 서민금융시장을 허용하면서 불법시장 규모가 작다. 독일과 프랑스는 저신용 서민금융시장이 허용되지 않지만 불법시장 규모가 작다. 우리나라는 저신용 서민금융시장이 허용됐지만 오히려 불법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수많은 저신용자를 더 이상 불법시장에 맡겨서는 안된다.

지난 4월18일부터 정부가 불법사금융 척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처벌수위가 낮아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은 저신용자를 불법업체가 아닌 합법업체에 맡기는 것이다. 전제 조건은 금리규제 완화다. 초과수요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다른 서민금융회사와 대부업 간에 존재하는 다양한 차별의 완화가 필요하다. 또 서민금융 수요자에 대한 신용교육, 신용정보 관리, 신용평가제도 개선 등도 고려돼야 한다.

최고이자율 인하는 서민금융시장을 위한 처방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서민금융시장의 건전화 및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한금리 인하로 이득을 보는 서민보다 훨씬 더 많은 서민들이 불법시장으로 내몰려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금융정책은 무엇보다 불법사금융 이용자에게 집중해야 할 것이다. 불법업체와 합법업체를 구분하지 못하는 많은 서민들을 위해 합법 대부업의 명칭을 소비자금융업으로 바꾸는 것도 불법사금융 척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심지홍 단국대 교수

△독일 콘스탄츠대 경제학 박사 △전 한독경상학회 회장 △전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 자문위원 △현 한국질서경제학회 명예회장 △현 소비자금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