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 수사 종결…權법무 서면진술
前 대법원장·경찰청장·대기업 회장 등 동향파악·감찰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을 재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박윤해 부장검사)은 13일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추가 기소하고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이용훈 전 대법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건희 삼성 회장 등에 대해 동향 파악을 하는 등 전방위 사찰을 한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개입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지난 3월16일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3개월간 재수사를 벌여온 검찰은 이날 이런 내용의 재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재수사에도 불구하고 불법사찰의 '몸통'이나 윗선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명확한 실체를 밝혀내지 못해 '부실ㆍ면죄부 수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권재진 법무장관은 의혹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12일 서면진술서를 검찰에 보내왔다.

내용은 민정수석실이 관여한 것이 없고 불법사찰을 전혀 몰랐다는 취지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차관은 2008년 S사의 울주군 산업단지 승인 신청과 관련, 지원관실을 통해 울산시청 공무원들을 감시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박 전 차관은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으로 지난달 별건 구속기소된 상태다.

검찰은 이미 구속된 이영호(48)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박 전 차관과 같은 혐의로 기소했으며, 지원관실 특수활동비를 상납해 횡령한 혐의로 이인규(56) 전 지원관과 진경락(45)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을 기소했다.

검찰은 비선 개입 여부와 관련, 이 전 비서관은 약 260건, 박 전 차관은 40여건에 대해 보고받아 이들이 사찰에 깊숙히 관여한 것을 확인했고 일부 사건의 경우 이들의 지시로 지원관실에서 직무 권한을 넘어 사찰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중요하거나 비공식적인 내용은 이 전 비서관 등이 민정수석실을 배제하고 '공직윤리지원관(또는 기획총괄과장)→BH 비선'의 보고체계에 따라 보고받아 온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류충렬 전 공직복무관리관이 장진수(39) 전 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제공했다는 '관봉' 5천만원의 출처를 조사했으나 출고 은행과 일시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원관실이 사찰을 진행한 500건의 사례를 수사한 결과, 전현직 국회의원 10명, 고위공직자 8명, 전현직 자치단체장 5명, 민간인 7명 등 주요 인물 30명에 대한 감찰 또는 동향파악 활동을 확인했다.

감찰ㆍ동향파악 대상자 중에는 박준영 전남도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어청수 전 경찰청장(현 청와대 경호처장),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현 국회의원), 한상률 전 국세청장,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윤석만 전 포스코 사장, 보선 스님 등도 포함됐다.

검찰은 500건중 대부분인 497건은 형사처벌하기는 어려운 사안이었다며 형사처벌이 가능한 3건은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 정부에서의 사찰 외에 이전 정부 시절인 2000~2007년 총리실 조사심의관실도 정치인과 민간인 등에 대한 동향과 비위를 파악,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도 확인했다.

또 조사심의관실이 폐지될 때 고위공직자 업무현황 점검 결과서 등 일부 문서를 파기한 것으로 추정되나 구체적으로 어떤 서류들을 파기했는지와 누가 파기했는지를 특정하기 어렵고 관계자들도 수사협조에 소극적이어서 더 이상 윗선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3월초 장 전 주무관이 2010년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1차 수사 당시 청와대와 총리실 인사에게서 입막음용으로 각각 수천만원을 받았다고 폭로하자 재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