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조 안된 보육재정, 내년엔 10조
육아 및 보육과 관련된 정책에서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비슷하다. 양당 모두 취학 전 연령인 만 5세 미만 어린이에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비, 양육수당을 지원하는 ‘무상보육’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보육’에 집중됐던 정부 정책

‘보육’과 ‘양육’의 개념 차이부터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보육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시설’에 자녀를 맡기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을 국가가 대신 내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양육은 부모가 직접 자녀를 키우는 경우를 말한다. 양육수당이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직접 키우는 경우 현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은 ‘보육’에 집중돼왔다. 보육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경제행위이지만 양육은 가사노동으로 간주돼왔기 때문이다. 예컨대 부모가 직접 자녀를 키우면 국내총생산(GDP)에 들어가지 않지만 보육시설에 맡기면 GDP에 포함된다. 정부는 올해부터 0~2세 어린이를 둔 가정에 ‘보육료’를 주고 있다. 내년부터는 3~4세 아동에 대해서도 어린이집·유치원 공통보육과정인 ‘누리과정’ 학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5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누리과정 지원은 시행 중이다.

반면 ‘양육’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이 상대적으로 인색하다. 0~2세 어린이에 한해 빈곤층(차상위계층)과 장애아 등 일부에만 양육수당을 주고 있다. 금액도 △0세 20만원 △1세 15만원 △2세 10만원 등이다. 내년부터는 소득 하위 70%로 대상 범위가 확대되지만 특수 계층이 아닌 중산층에는 10만원만 지급된다.

◆소득에 관계없이 지원

현재까지 발표된 공약을 종합해보면 민주당은 보육료, 새누리당은 양육수당에 좀더 초점을 맞춘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민주당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이용하는 모든 아동의 보육료 지원액을 인상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가 보육료를 전액 지원한다고 하지만 정부지원단가를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국공립이 아닌 민간 보육시설에 다닐 경우 10만~15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가계소득에 관계없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이용하지 않는 5세 이하 어린이에게 일정 금액의 양육수당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0세는 20만원, 1세는 15만원, 2~5세는 10만원씩 매달 주기로 했다,

새누리당의 보육 정책은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양육수당을 보육료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적용 대상도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현행 0~2세에서 5세 이하 전체 아동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아동 1인당 평균 양육비가 22만7000원(2009년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인 점을 감안할 때 23만원 정도로 높이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보육재정 10조원 안팎

이미 발표된 정부 정책을 시행하는 데 들어가는 보육 재정 소요액만 지난해 4조6412억원에서 2015년 9조6551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한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공약이 실현되면 내년 보육 재정이 9조9102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정부 추산액(8조9065억원)보다 1조원 많은 수치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양육비 인상에 따른 추가 재원 소요액만 9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누가 집권하더라도 내년 보육 재정 규모가 10조원 안팎으로 늘어나는 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보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건 이해하지만최소한의 원칙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확대할 경우 정책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재정 낭비만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