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로스쿨에 숨은 인재 많더군요"
“지금 굉장히 들떠 있어요.”

법무법인 율촌으로부터 지난 12일 입사 합격을 통보받은 지 열흘이 지났지만 Y씨(28)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율촌(대표 우창록 변호사)은 내년 졸업예정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3학년생 가운데 수도권 대학 출신 15명을 채용한 데 이어 지역인재발굴 차원에서 2명을 추가로 더 뽑았다.

충남대 로스쿨 3학년인 Y씨는 그 주인공 중 1명. 과학고를 나와 KAIST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22일 “취업이 이렇게 어려울 줄 로스쿨 입학 당시에는 상상도 못했다”며 “워킹홀리데이로 일본에 가서 8개월 동안 어학공부를 한 것이 채용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Y씨는 또 “충남대 로스쿨의 경우 100명 정원 중 학부가 법대졸업인 학생은 20여명에 불과하고 이공계 출신이 대부분이며 이들의 성적도 상위권”이라며 “대기업에 기대를 많이 걸었는데 사법연수원 출신들만 뽑는 것 같더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내년 1월3~7일 제1회 변호사시험을 앞두고 있는 1기 로스쿨생들에게 남은 공부 일수는 2주일 남짓. 하지만 학생들은 시험 이후가 더 걱정이다. 불투명한 취업 전망 때문이다.

김앤장 광장 등 대형로펌을 중심으로 로스쿨 졸업예정자들을 뽑고는 있지만 현재 채용이 확정된 인원은 12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 중 지방대 로스쿨생은 최근까지만 해도 바른에서 뽑은 경북대 원광대 전남대 충남대 출신 각 한명씩 4명이 전부였다. 전체 2000명 정원인 로스쿨1기생의 절반에 가까운 860명이 지방대 소속이지만 이들에게 로펌 입사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Y씨와 함께 율촌에 들어가게 된 경북대 로스쿨 3학년 S씨(28)는 “취업이 문제지, 과락만 면한다면 시험에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은 없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구외고와 경찰대를 나온 S씨는 “대학보다 개인의 실력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채용확정 통지 전날까지도 기회가 없어서 내 실력을 보여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경북대는 소수지만 로펌 입사라는 낭보에 ‘경사났다’는 분위기다. 로스쿨 3학년 재학생 100여명 가운데 취업이 확정된 학생은 약 20%인 20명 내외. 법무법인 바른과 세승,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도 합격했지만 율촌 합격이 무엇보다 고무적이다. 권혁재 경북대 로스쿨 원장은 “눈물이 나도록 고맙다”며 “대형로펌들도 서울의 몇몇 대학만 고집할 게 아니라 지역인재들을 많이 뽑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법무법인 바른(대표 강훈 변호사)은 지방대 로스쿨생 덕에 수지가 맞은 케이스다. 바른은 올해 필기시험, 집단면접, 개별면접 등 공개시험을 거쳐 로스쿨생을 21명 뽑았는 데 종합성적 1등은 전남대 출신이 차지했다.

경북대와 원광대 충남대 등 지방대 출신 역시 성적이 모두 톱10 이내에 들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 뽑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집단면접과 면접에 직접 참여했다는 강훈 대표는 “지방대 교수들이 취업을 염려해 가르치는 열의가 남다르고, 학생들의 공부 양 자체도 수도권 대학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것 같더라”며 “지방대 로스쿨 출신에 대한 편견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