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구조본 실세' 김인주, 삼성선물 사장으로 복귀
옛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실세였던 김인주 삼성카드 고문(53·사진)이 3년여 만에 현업에 복귀했다.

삼성은 13일 김 고문을 삼성선물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지난 7일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김 고문에 대한 후속 인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의 현업 복귀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1980년 제일모직에 입사해 그룹 비서실,구조조정본부 재무팀 부사장·사장, 전략기획실 차장을 거쳤다. 구조본 재직 시절 이학수 실장(현 삼성전자 고문)의 ‘오른팔’이자 그룹의 모든 재무 현안을 챙기는 ‘실세 중의 실세’로 통했다.

그는 2008년 6월 ‘삼성 특검’에 책임을 지고 이학수 실장과 함께 일선에서 물러나 삼성전자 상담역을 맡았다 작년 말 삼성카드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에선 김 사장의 ‘컴백’과 관련해 특별한 의미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룹 관계자는 “김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재무 전문가”라며 “삼성선물 경영을 맡겨 금융 계열사 쪽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삼성 안팎의 반응이다. 김 사장이 맡게 된 삼성선물의 규모부터 그렇다. 삼성선물은 1992년 설립된 회사로 자산 9591억원(자본금 250억원) 정도로 삼성 주요 계열사와는 비교조차 안되는 소규모다. 따라서 김 사장의 현업 복귀에 숨어있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김 사장이 삼성카드 고문으로 있으면서 그룹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역할을 순조롭게 마무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지난 9월 장충기 사장이 미래전략실 실차장으로 승진한 것과 김 사장의 현업 복귀를 연관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 3세로의 경영승계를 대비한 스태프조직 강화 차원이란 관측이다. 그룹 관계자는 “김 사장의 현업 복귀는 그것(3세 경영승계)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일각에선 삼성이 지난 2년간 이른바 ‘이학수 실장 인맥’ 정리에 나섰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이번 인사로 그런 소문이 근거없는 것이란 게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