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째 'FTA 반대' 주말 집회…야당 장외투쟁으로 변질
지난달 5일부터 시작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대의 주말 집회가 5주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FTA 비준안이 처리되면서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대거 ‘장외투쟁’의 선봉에 나서면서 주말 집회·시위가 과격해지고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0월28일 국회 앞 시위 이후 매주말 서울 여의도와 서울역광장, 광화문광장, 청계천 등 서울 한복판에서 FTA 저지를 명분으로 집회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FTA 비준안 통과 이후 과격해진 시위는 지난달 26일 박건찬 종로경찰서장 폭행사태를 계기로 참가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지만 야당에서 당 지도부까지 적극 거리로 나서면서 경찰과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도 끊이지 않고 있다.

토요일인 지난 3일 밤, 야권 5당과 한·미 FTA 저지 범국민 운동본부(범국본) 등이 서울 종로와 청계광장 등지에서 주도한 ‘한·미 FTA 비준 무효촉구 대규모 시위’는 당초 정당 연설회 형식으로 열렸다. 그러나 야당 인사 등 20여명과 시위대 3200명(경찰 추산, 주최 측 추산 1만명)은 경찰저지선을 뚫고 도로로 진입하면서 불법집회로 변질돼 시위대 10명이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서울 도심의 종로와 남대문로 일대의 대로가 시위대에 점령됐고, 교통도 1시간 넘게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최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집회는 기자회견과 정당 연설회 등을 여는 식으로 야당 의원들이 시위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게 특징이다. 지난 10월 말부터 범국본 등이 주도하는 한·미 FTA 반대 집회에 빠지지 않고 모습을 보였던 야당 의원들은 FTA 비준안 통과 이후 장외 투쟁을 이끌고 있는 모양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은 “종로경찰서장 폭행 사건은 경찰의 자작극”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선동적인 주장을 제기했고, 국회에 최루탄을 투척하는 돌출 행동을 보였던 김선동 의원도 주말집회에 어김없이 마이크를 잡지만 시위대의 불법성에 대한 지적은 오간데 없다.

이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주말시위는 다음 주말을 고비로 한풀 꺾일 것으로 관측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내년 선거(총선,대선)를 염두에 둔 여론 파악과 조성을 위한 고도의 정치투쟁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 달 이상 이어진 서울도심 시위로 단골 시위장이 돼버린 서울광장, 광화문, 대한문, 여의도 일대 상가 주민들의 피해도 늘고 있다.

서울광장 인근에서 10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박모씨(44)는 “매년 되풀이되는 집회라 그러려니 한다”면서도 “각종 문화행사가 열리면 매출이 평일보다 30% 이상 올라가는데 시위가 있는 날이면 매출이 반대로 크게 준다”고 허탈해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