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매사추세츠공대(MIT)' 칭화대는 단순한 대학이 아니다. 상장 회사 3곳을 비롯해 총 28개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 그룹이다. 이들 기업의 자산 총액은 2009년 말 기준 441억위안(7조4970억원)으로 중국 200대 기업 안에 든다.

2003년엔 자회사 관리를 전담할 지주회사 칭화홀딩스를 출범시켰다. 실질적인 '칭화그룹'이 탄생한 것이다. 칭화홀딩스 지분은 100% 칭화대 소유다.

◆벤처로 출발해 대기업으로 성장

칭화그룹의 출발은 소규모 대학벤처였다. 칭화대 교수와 학생들이 연구 성과를 상업화하기 위해 만든 '학교기업'이 계속 늘고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집단이 형성됐다. 학교기업은 중국 말로 '샤오반(校辦)기업'으로 불린다.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 · 개방 조치는 시장경제 활성화로 샤오반기업 설립에 불을 지폈다.

일부 기업은 더 이상 '벤처'라는 말을 붙이기 힘들 만큼 훌쩍 커버렸다. 칭화퉁팡이 대표적이다. 1997년 설립된 칭화퉁팡은 지난해 디지털TV,컴퓨터 판매 등으로 182억위안(3조940억원)의 매출을 올려 중국 하이테크 산업의 강자 자리를 굳혔다. 칭화퉁팡웨이스는 컨테이너 스캐너(보안검색 장비) 시장에서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그룹 덩치가 커지자 대학교수들만으론 관리가 힘들어졌다. 지주회사 체제가 도입된 까닭이다. 칭화홀딩스는 2009년 291억위안(4조9470억원)의 매출에 6억9700만위안(118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03년과 비교하면 매출과 자산 모두 2배 넘게 성장했다. 전체 직원 수는 2만명이 넘는다.

룽융린 칭화대 부총장 겸 칭화홀딩스 이사장은 "개혁 · 개방 초기에는 중국 주식시장의 규모가 작았지만 지금은 상당히 성장했다"며 "(자회사 상장 등이 쉬워져) 칭화홀딩스에도 더 많은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4세대 산학 협력' 모델

칭화대와 칭화그룹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단순히 지배구조뿐만 아니다. 칭화그룹 계열사들은 연구 · 개발(R&D) 센터가 없다. R&D가 필요하면 칭화대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물론 공짜가 아니다. 칭화그룹이 칭화대에 지급하는 연구비는 매년 적게는 1억위안,많게는 2억위안에 달한다.

칭화대는 원천기술이나 특허를 칭화그룹에 팔아 기술료 수입을 올린다. 칭화대가 보유한 특허만 4만개에 달한다. 또 칭화그룹으로부터 배당을 받는다. 2009년 배당액은 2억5000만위안(425억원)에 달했다. 칭화그룹 계열사들도 칭화대의 원천기술이나 우수 인력을 활용할 수 있어 윈윈이다. 홍성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중국팀장은 칭화대를 "4세대 산학 협력 모델"로 평가했다. 산학 공동 프로젝트(1단계),학교기업 설립(2세대),학교기업의 양적 · 질적 팽창(3세대)을 거쳐 그룹화(4세대) 단계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홍 팀장은 "한국 대학의 산학 협력은 아직 1~2세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 바로 옆에 산학협력단지

칭화대의 특징 중 하나는 대학 바로 옆에 '칭화사이언스파크'라는 산학협력단지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연면적 73만㎡ 규모로 1993년 조성됐다. 대학이 설립한 사이언스파크 중 세계 최대 규모다. 베이징 시내 한복판이라 임대료가 비싼 편이지만 학교기업이나 해외 유학파가 창업한 벤처기업,다국적 기업의 중국 지사를 중심으로 400여개 기업,3만5000여명이 입주해 있다. 천훙보 칭화사이언스파크 부사장은 "최근 10년간 약 1000개 기업이 이곳에서 창업했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과의 산학 협력도 활발하다. 2009년 칭화대가 해외 다국적 기업에서 받은 연구비는 2억4000만위안,건수로는 500건에 달한다. 마준 칭화대 해외R&D관리사무소 주임은 "일본 미쓰비시나 독일 지멘스와는 매년 70~80건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