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재는 사건의 규모도 크고 중재판정이 나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려 상당한 액수의 수임료가 오가는,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다. 최근 한국에도 국제중재에 눈을 뜬 전문인력들이 상당수 배출되고 있다.


국내로펌 가운데에는 김앤장과 율촌이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김앤장의 국제중재팀은 전체 20여명 가운데 클리퍼드찬스 등에서 커리어를 쌓은 외국변호사가 10명이 넘는다. 윤병철 변호사는 "20여명의 변호사를 하나의 사무실에 팀으로 둔 로펌이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며 "외국의 유수 로펌들과 공동대리인으로 함께 일하면서 한번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율촌은 가처분 등 송무를 병행해서 처리할 수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로펌이다. '국제분쟁팀'이라는 독특한 명칭도 송무에서의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율촌은 현재 진행 중인 7건의 국제중재사건 중 5건에서 보조가 아닌 리더카운슬러로 주진행자 역할을 맡고 있다.

김세연 변호사는 국재중재에서 사건을 이끌고 나갈 리더카운슬러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한국법에 대해 정통할 것 △분쟁경험이 많아야 되고 △영어가 능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어려서 싱가포르에서 학교를 다닌 경험과 7년간 판사생활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걸음마도 하기 전에 당할 수 있다. " 화우의 김원일 변호사는 지식재산권 시장이 영국계 로펌에 뺏길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우려했다. 영국로펌들은 시간당 수임료가 엄청나다. 그런데도 그런 보수가 통하는 몇 안 되는 영역이 바로 특허소송 등 지식재산권분야라고 한다. 달라는 대로 줘야 한다는 것.지식재산권은 회사의 명운이 달린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영미계 로펌이 독식해온 이 시장에 최근에는 국내 로펌들도 가세해 파이를 나눠먹기 시작했다. 국내로펌이 영미계 유수로펌과 제휴해 공동 수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하지만 영미계 로펌이 사무실을 국내에 내면 얘기가 달라진다. "김앤장에서 일하던 변호사를 스카우트해버리면 더 이상 김앤장과 손잡을 필요가 없지 않나"라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최소한 한국기업과 관련한 사건은 우리가 경쟁력을 갖춰 제대로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7대 로펌이 제시한 '뜨는 분야'가운데 모든 로펌에 공통된 유일한 분야가 지식재산권이다. 그만큼 국내 변호사들도 적잖이 포진하고 있다. 화우의 김 변호사 외에도 김앤장의 장덕순 변호사,광장의 권영모 변호사,태평양의 이후동 변호사,세종의 임보경 변호사,율촌의 최정열 변호사,바른의 김치중 변호사 등의 활약이 기대된다.

형사와 노동은 외국로펌의 노하우가 전혀 통하지 않는 대표적 분야다. 특히 노동분야는 국가별 독특한 제도와 문화가 반영돼 나라마다 고유한 영역이다. 국내외 기업을 막론하고 임금이나 산재 해고 등 문제는 뜨거운 감자이지만 그동안은 법 이외의 다른 보이지 않은 손이 해법으로 작동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로펌이 국내에 진출하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고,노동법 전문가들에게는 새로운 블루오션이 창출될 수 있다.

노동분야는 전문변호사들이 많지 않다. 25년간 노동분야 한 우물만 판 베테랑 주완 변호사와 2007년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를 마지막으로 판사직에서 퇴임한 화우의 박상훈 변호사가 이 분야 최고로 꼽힌다. 특히 노동법만 전문으로 하는 '선수'들이 12명이나 포진한 광장은 시장개방의 수혜주로 꼽힌다. 주완 변호사는 노조를 설득하고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해결사'로 통한다.

서울대학교 노동법연구회,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창립멤버이기도 한 화우의 박상훈 변호사 역시 시장개방으로 노동분야는 파이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 변호사는 외국로펌들은 어떤 분야든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것을 싫어한다며 "노동문제 역시 100% 법적으로 해결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사건해결 경험이 많은 국내 로펌과 제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 자문분야로 외국로펌에 잠식이 예상되지만 정의종 태평양 변호사의 견해는 달랐다. 정 변호사는 "시장개방이 한국로펌에 결정적으로 불리한 영향을 미칠지는 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지금도 외국로펌은 홍콩이나 도쿄 싱가포르 등지에 사무소가 있지만 필요하면 한국으로 건너와 볼일을 보고 있어 시장개방 전후에 별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정 변호사를 비롯한 태평양은 그간 한국가스공사의 3억캐나다달러 메이플본드 발행,한국수력원자력의 미화 5억달러 외화채권 공모 발행,SK C&C의 기업공개,한국석유공사의 10억달러 외화채권 공모 발행 등과 관련한 법률 자문을 해왔다. 영국계 링클레이터스 홍콩사무소 근무경력도 있는 정 변호사는 "로펌들이 열심히 뛰어다니면 파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유동화에 관한한 국내최고를 자임하는 조영희 세종 변호사 역시 "미국 유럽을 10년 만에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따라잡았다"며 시장잠식에 부정적 입장이다. 조 변호사가 참여한 세종의 자산유동화팀은 국제금융법학회로부터 여러 차례 '올해의 딜'을 수상할 정도로 국제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2009년 국민은행을 자문해 아시아최초로 카버드본드를 발행했고,국내카드사 최초로 해외유동화에 나선 국민카드의 유동화거래도 자문했다.

부동산이 주목받는 것은 자유무역협정(FTA)의 효과다. 교역량이 전반적으로 증가하게 되고 서비스산업과 인적교류도 잦아진다. 외국인 투자자와 관광객들을 겨냥한 국제적 수준의 오피스건물,교육시설 등도 건립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투자 관련 프로젝트와 리조트개발 등 경험이 많은 바른이 주목받는 이유다.

바른은 현재 판교테크노밸리 개발을 자문 중이고,AIG가 장기 임대키로 했으며 금년 중으로 일부가 준공예정인 여의도의 서울국제금융센터(SIFC) 프로젝트도 자문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를 자문,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과 합작해 예례휴양단지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바른은 특히 외국로펌과 호흡을 같이해 본 경험이 강점이다. 부동산에 관한한 외국 클라이언트의 비중도 높다. 현재 7명 변호사가 부동산 및 부동산 관련 투자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박기태 장주형 변호사가 주축을 이룬다. 박 변호사는 "외국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외국로펌과의 네트워크도 강하다"고 소개했다. 장 변호사는 "부동산을 개발하려면 한국법에 맞춰야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세금,정부인허가 등과 관련해 외국로펌이 한국로펌과 협력할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