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항고제 도입' 목소리 높아질듯

`함바 비리' 의혹과 관련한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영장심사를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과거 주요 사건 수사 때마다 법원의 영장기각 때문에 난관에 봉착했던 검찰은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는 16일 "이번 영장 기각은 납득할 수 없고 과거 영장 처리기준과도 다르다. 판사가 어떤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렇게 할 수 있겠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형사소송법상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다. 뇌물수수는 형량이 징역 5년 이상인데 영장이 발부돼야 한다. 영장 청구 단계에서 완벽한 범죄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법리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법원과 검찰의 이 같은 '영장 갈등'은 골이 깊다.

지난 2006년 대검 중앙수사부의 론스타 수사 때는 체포ㆍ구속영장이 열두 차례나 기각됐고, 2007년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돼 법원과 검찰이 충돌하기도 했다.

작년 7월에는 검찰이 서울 홍은동의 여중생 살해ㆍ사체유기 사건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섯 차례나 청구했으나 법원이 줄줄이 기각ㆍ각하해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재발하는 영장 갈등의 원인이 합리적인 구속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데 있다고 보고 해법으로 '영장항고제' 도입을 요구해왔는데, 이번 강희락 영장 기각을 계기로 영장항고제 도입 요구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영장항고제란 법원이 검찰에서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을 때 검찰이 상급법원에 항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현재는 영장전담 판사가 영장을 기각하면 검찰은 지적 내용을 보완해 영장을 재청구만 할 수 있다.

검찰은 영장항고제를 통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인신구속 문제에 대한 법원의 일방통행식 결정을 견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구속영장 발부에 관한 판례를 축적함으로써 합리적인 구속기준을 세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영장항고가 허용되면 피의자의 신분을 장기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고, 검찰이 영장 재청구라는 불복수단을 이미 갖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영장항고제 도입에 반대한다.

영장항고제는 작년 3월 법안으로 국회에 제출돼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 중이지만 여야의 견해차가 커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회 사개특위는 늦어도 4월 임시국회까지 쟁점사항 등을 타결짓고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해 영장항고제 관련 논의의 향배가 상반기에는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강건택 기자 abullapia@yna.co.kr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