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 게이트'의 주범인 브로커 유모씨의 로비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씨에게 돈을 받은 인사들의 면면이 한결같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현역 청장,여 · 야 국회의원,공기업 사장,광역자치단체장 등 수십 명의 이름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유씨의 진술이 모두 사실이라면 유씨 사건은 '희대의 로비게이트'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국회의원,장 · 차관 줄줄이 연루

지금까지 실명으로 거론된 연루자는 강 전 경찰청장과 이 전 해양경찰청장,김병철 울산경찰청장,양성철 광주경찰청장, 민주당 J 의원,한나라당 L 의원,J 청장,공기업 K사 C 사장 등이다.

이 중 강 전 경찰청장 이외의 연루 의혹자는 모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거나 "모르는 사람"이라며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론을 펴고 있다. 이 중에는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김강욱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의 말(유씨가 자신이 살기 위해 별의별 소리를 다 하고 다녔던 것 같다)대로 유씨가 평소 친분이 있는 사람의 이름을 죄다 끌어다 썼을 수도 있다.

실명이 드러난 연루 의혹자 외에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의 또다른 의원 2~3명과 공기업 C사 전 사장 J씨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동생이 유씨와 1억5000만원가량의 돈거래를 한 현직 장관 L씨와 전직 차관 M씨의 이름도 거론됐다.

◆검찰 "일일이 확인해봐야"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여환섭 부장검사)는 일단 강 전 청장을 10일 오후 소환 조사키로 했다. 강 전 청장은 함바 운영권 확보를 도와주는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사건이 불거지자 유씨에게 4000만원을 주며 해외도피를 종용했는지도 확인 대상이다. 이 전 청장도 35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은 특히 유씨가 유사 비리로 집행유예 상태인 기간에 만나 돈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은 J 청장과 공기업 K사 C 사장에 대해서도 확인 작업을 벌일 방침이다. 두 사람은 "유씨와 알고 지내는 사이지만 돈을 받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은 수사대상자가 20여명에 달함에 따라 형사6부 소속 검사 4명으로 구성된 수사팀에 검사 2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유씨,연루자 이름 왜 부나

유씨가 돈을 준 인사들을 술술 불고 있는 것은 건강 악화와 사업 실패 후 돌아선 이들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씨는 법원으로부터 보석을 받고 나와 지병을 치료할 계획이었지만 지난 6일 보석신청이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의 보석청구를 위임받았던 법무법인 서정의 오남성 변호사는 "유씨가 지난해 9월 갑상샘암 수술을 받았고 현재 당뇨와 고혈압 등 지병이 악화됐다"며 "수사에 협조할 것은 다 했는데 보석청구가 기각돼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말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자신의 뒤를 봐줄 것이라고 믿었던 강 전 청장이 해외도피를 권유하는 등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자 관리해온 경찰 고위직 인사 등에 서운한 감정을 품은 것으로 추정된다. 유씨는 건설경기 악화로 업자들에게 약속한 함바 운영권을 따오는 데 어려움을 겪어 줄소송에 시달렸지만 정 · 관계 인사들로부터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 업계에선 유씨가 함바 운영권을 사실상 독식할 만큼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도원/이현일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