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감시기구 설치.."분노 가라앉히기에는 부족"

성금유용 및 비리로 파문을 빚은 사회복지 공동모금회가 모금과 배분내역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공개하고 시민감시 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

또 지방에서 사유화ㆍ권력화 논란을 빚고 있는 공동모금회 지회의 인사채용을 중앙회가 갖도록 하는 등 통제권을 대폭 강화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정성진)는 25일 회의를 열고 공동모금회 인적쇄신, 투명성 강화, 자정능력 제고 등을 담은 공동모금회 쇄신방안을 마련, 서울 중구 계동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발표했다.

쇄신안은 먼저 16개 시도 지회장과 사무처장의 재신임을 묻는 한편 새로운 이사진이 구성되는 대로 보건복지부 감사에서 징계 요구를 받은 직원 48명에 대해서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하기로 했다.

또 모든 지회 사무처장과 중앙회 간부 간 의무 순환근무가 도입되고 중앙회와 지회 간 인사교류도 정례화된다.

지회 직원채용도 중앙회에서 일괄적으로 진행하도록 했다.

아울러 금액과 지위에 상관없이 단 한 번의 공금횡령, 금품ㆍ향응 수수 적발 시 퇴출토록 하는 '즉시 퇴출제'(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환수금액과 별도로 3배의 징벌금을 부과하는 '징계부가금제'를 도입하게 된다.

유흥 목적으로는 사용이 불가능한 '클린카드'도 전국 지회로 전면 확대된다.

공동모금회는 이와 함께 시민 참여를 통해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감시할 수 있도록 기부자, 배분대상자, 전문가, 일반시민으로 구성된 '시민감시위원회'를 중앙회와 16개 지회에 모두 구성하기로 했다.

'사이버 신문고'도 개설해 공동모금회 직원의 부정과 비리를 상시 고발토록 했다.

특히 투명성을 높이도록 기부자가 자신의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진행 사항을 온라인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 피드백 서비스'를 내년 상반기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공동모금회 운영 전반에 대해 한눈에 알 수 있는 온라인 경영공시가 16개 지회로 확대되며 내년 상반기부터는 모금ㆍ배분 공시시스템을 통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밖에 소규모 사회복지기관의 모금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장애인, 아동, 노인, 여성 등 복지부문별 대표기관과 연합모금을 확대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동모금회 조직에 대한 무감시와 비견제가 일련의 내부비리와 부정을 일으킨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지적과 관련, 전문성과 상시성이 결여된 시민감시위원회로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 쇄신안은 인적쇄신 방침이나 이사진 개편방향, 투명성 강화방안, 지회 통폐합안에 대한 구체성이 결여돼 있는 등 국민의 충격과 분노를 가라앉히고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성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시도 지회장에 대해 전원 사의를 요구하는 등 과감한 쇄신안을 마련했다"면서도 "당초의 법 정신에 따라 공동모금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되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행정감독을 받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쇄신안 발표에 앞서 김용희 공동모금회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대국민 사과 성명을 통해 "공동모금회에서 자신의 직분조차 잊어버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몰지각한 행위"라며 고개를 숙였다.

김 대행은 "이번 일을 철저한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고 내부비리를 척결하는 등 투명한 조직운영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공동모금회에 대해 비판과 감시의 질책을 내리더라도 춥고 그늘진 곳에서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웃들에 대해선 변함없는 사랑과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공동모금회는 예정대로 오는 12월1일부터 내년 1월31일까지 전년도 모금액(2천242억원)을 목표로 연말 집중모금에 착수키로 했다.

이사진 전원 퇴진후 쇄신안 마련과 차기 임원진 구성을 준비해온 비상대책위원회는 현재 정성진 전 법무부장관을 위원장으로 장명수 한국신문협회 부회장, 강지원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 이경숙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신영무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이긍희 전 MBC 사장 등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김세영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