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문제가 언어영역 지문에까지 나왔네요. "

12일 삼성 입사시험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치른 윤모씨(27 · 서강대)는 "평소에 경제신문을 많이 본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영문학을 전공한 윤씨는 취업하기 위해 2008년부터 경제신문을 보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한국경제신문이 실시하는 경제이해력 검증시험(TESAT)도 준비했다. 윤씨는 "언어영역에서 경제 관련 지문이 두 개나 나왔다"며 "일본 경제의 더블 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침체) 상황을 설명하는 지문과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이후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 획득 과정을 다룬 지문이었는데 둘 다 신문기사와 유사해 쉽게 풀었다"고 말했다.


◆사극 등 일상생활 묻는 문제도 출제

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씨(27)는 "취업 스터디 모임에서 정기적으로 경제신문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 문제가 낯설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몰비용,환율정책,출구전략,마이클 포터의 경쟁이론 등 경제용어와 개념을 묻는 질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후원사가 아닌 회사가 분위기에 편승하는 '앰부시(매복)' 마케팅을 묻는 문제는 월드컵 마케팅을 다룬 한국경제신문 기사를 읽어본 덕에 바로 풀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SSAT는 언어 수리 추리 직무상식 등으로 구성돼 있다. 언어와 수리는 지난해 하반기와 올 상반기에 비해 쉬웠다는 얘기가 많았다. 언어영역은 어려운 한자어 없이 쉬운 고사성어 위주의 문제가 출제됐다. 추리영역은 어려웠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추리영역에서는 자료를 주고 추론하는 문제가 많이 나왔다. 정보기술(IT) 산업의 수출액 비중에 대해 2004년과 2009년 수치를 주고 이를 응용하는 문제가 대표적인 예다.

수험생들은 일상생활에 대한 문제가 많이 출제돼 흥미로웠다고 입을 모았다. 이모씨(27 · 서울대)는 "허준,용의 눈물,동이 등 사극을 주고 시대 순으로 나열하라는 문제는 어렵진 않았지만 TV 드라마와 연관돼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경술국치,6 · 25전쟁,4 · 19혁명의 연도를 합산하라는 문제도 화제에 올랐다.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국내에서 열리는 행사들을 묻는 문제는 지도에 정보를 표시하도록 해 신선했다는 평가다.

◆갤럭시 탭이 상식 1번

직무상식 1번 문제로는 이달 초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0'에서 공개된 갤럭시 탭의 기능과 관련 없는 사항을 묻는 문제가 나왔다.

직무상식검사도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였다. '원래 오전 10시에 회의가 잡혀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임원이 같은 시간 임원회의에 참석할 것을 요구했을 때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이 가장 까다로웠다는 게 대체적 의견이었다.

서울 일신여상 고사장에서 시험 감독을 한 삼성 직원 김모씨(34)는 "결시율이 지금까지 감독관으로 참석한 SSAT 가운데 가장 낮은 것 같다"며 "취업난이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귀동/심성미/심은지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