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동안 전직 수사관 2명 구속이 성과의 전부

`스폰서 검사' 파문의 국민적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야심차게 출범한 민경식 특별검사팀이 5일로 수사에 착수한지 한달이 지났지만 검사의 접대ㆍ향응 의혹과 관련해 이렇다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공소시효가 남아 사법처리(기소)가 가능한 범죄 혐의만을 수사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검찰 진상규명위의 조사 결과를 뒤집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것이라던 당초의 지적이 현실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특검팀은 35일의 1차 수사기간이 끝나는 8일까지 수사를 마무리하기 어렵다고 보고 기간을 28일까지 연장하기로 했지만 추석연휴와 수사보고서 작성 등으로 사실상 수사할 수 있는 날은 얼마 남지 않은 상태다.

특검팀은 지난주 경남지역 건설업자 정모 씨로부터 접대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박기준ㆍ한승철 전 검사장 등 4명의 전현직 검사를 불러 조사했고 박 전 검사장을 제외한 3명은 정씨와 대질도 했지만, 당사자들의 해명만 다시 확인하는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특검팀 주변에서는 검찰출신이 아닌 특별검사보가 검사들의 의혹에 대한 조사를 맡았으나 사실상 검찰에서 파견된 10명의 검사가 수사실무를 담당하다 보니 전현직 검사들의 수사에는 소극적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나아가 일부 파견검사는 전현직 검사들의 혐의를 입증하기보다는 제보자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삼으며 진상규명위에서 인정된 혐의조차 부인하는데 치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대두되는 실정이다.

정씨는 대질조사가 끝난 이후 별도로 파견검사에게 조사를 받으며 진상규명위에서 인정됐던 모 부장검사에 대한 성접대와 관련해 "자신의 성매매 사실을 부장검사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이 아니냐"고 추궁당했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특히 파견검사가 자신에게 성기능 여부를 묻는가 하면 박 전 검사장에게 언론에 밝히겠다는 등의 문자를 보낸 것이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뜻을 다른 참고인에게 내비치는 등 수사의지가 의심스럽다며 더이상 특검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박 전 검사장이 공개소환 예정일에 취재진을 피해 3시간 먼저 특검 사무실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검찰에서 파견된 직원이 상부 보고절차 없이 마음대로 박 전 검사장에게 협조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특검의 지휘체계에도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황희철 법무차관의 진정묵살 의혹과 관련해서는 황 차관이 2월에 정씨의 팩스를 받고도 애초에 PD수첩이 방영되기 얼마 전에 받았다고 해명하는 등 석연찮은 구석이 있음에도 팩스 송수신 기록이 폐기됐다는 이유로 소환조사를 사실상 포기했다.

특검팀은 그러나 직접적인 검사들의 접대 의혹이 제기되지 않은 사건에서는 일정한 성과를 거뒀는데,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일종의 `이중잣대'가 작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전직 서울고검 수사관 2명이 박모 사장으로부터 억대 향응ㆍ접대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특검팀은 박 사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박씨의 방문 조사 등을 통해 전직 수사관 2명을 지난주 초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하는데 성공했다.

또 강릉지청 김모 계장 향응ㆍ접대 의혹과 관련해서는 강릉지청에 수사캠프를 설치하고 30여명의 참고인을 소환해 차명계좌를 통한 자금 흐름을 파악하는 등 집중적인 수사로 이번주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하지만 특검팀은 이들 사건에서도 `접대자리에 검사들이 합석했다'는 제보가 있음에도 더이상 구체적인 진술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검사들에 대한 조사에는 성과를 내지 못해 수사력과 수사의지 모두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