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무력화 투쟁 열기 급랭…내달 중순이 분수령

사용자가 법정 한도만큼만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토록 하는 근로시간면제한도(타임오프) 제도를 도입하는 사업장이 속속 늘고 있다.

반면, 민주노총이 타임오프제 폐기를 요구하면서 소속 사업장을 중심으로 간헐적인 파업이 있지만, 조합원들의 참여가 떨어져 투쟁 열기가 한풀 꺾이는 형국이다.

◇ 타임오프제 도입률 50% 돌파 = 타임오프제 시행 16일 만에 해당 사업장의 도입률이 절반을 웃돌면서 정착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6일 현재 올 상반기에 단체협약이 만료된 100인 이상 유노조 사업장 1천320곳 중 타임오프제 한도 적용에 잠정 합의하거나 단협을 체결한 사업장은 682곳(51.7%)이다.

이들 중 652곳(95.6%)이 정부가 고시한 한도를 준수하기로 했고, 30곳(4.4%)만 한도를 초과했다.

682곳 중 잠정 합의 사업장은 419곳이고, 단협을 체결한 사업장은 263곳이다.

지난 4일 현재 타임오프 한도를 적용키로 잠정합의하거나 단협을 체결한 사업장이 362곳(27.4%)이었던 것에 비하면 12일 만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 타임오프 확산 가속도 = 시간이 흐를수록 일선 현장에서는 타임오프제 도입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조합원이 1만7천515명에 달하지만,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현대중공업 노사는 타임오프제 시행에 앞서 전임자 수를 55명에서 30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전임자 30명 중 15명은 노조가 임금을 부담하기로 했다.

한국노총 소속으로 조합원이 7천83명인 LG전자 노사도 27명의 전임자를 20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상급단체 파견자 3명을 포함한 9명의 임금은 노조가 부담한다.

농심(조합원 2천430명, 한국노총)도 15명이던 유급 전임자를 풀타임 5명으로 축소했고, 과거에 노조 전임자가 없었던 상주농협(조합원 65명, 민주노총) 노사는 전임자가 연간 830시간까지 유급으로 노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타임오프제에 합의한 공공기관 29곳은 모두 법정한도를 준수했다.

코레일(조합원 2만4천270명, 민주노총)은 유급 전임자를 법정한도(18명)내에서 결정하기로 했고 주택관리공단(조합원 1천900명, 한국노총)도 유급 전임자 8명을 풀타임 5명, 무급 2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중 타임오프에 잠정합의한 사업장이 52곳이며 이중 26곳은 법정한도를 준수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한국델파이, 타타대우상용차 등 민주노총 금속노조 핵심 사업장에서도 법정한도에서 합의하는 등 갈등 국면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타임오프 무력화 열기 `시들' = 타임오프 무력화 투쟁의 선봉에 선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파업 열기는 급속도로 식고 있다.

19일 금속노조 소속 5개 지부 6개사의 노조원 1천173명이 1~8시간 파업을 벌였다.

앞서 12∼16일 하루 파업 참가자가 928∼2천986명 수준으로 지난달 산별 파업 초기에 최대 1만명이 참여했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형편이다.

타임오프 도입 사업장이 늘면서 당초 예정됐던 21일 금속노조 총파업도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금속노조는 전면 총파업 계획을 바꿔 각 지부 쟁의대책위원회에서 파업 시행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타임오프를 둘러싼 노-정 갈등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던 기아차 노조가 사실상 이번 총파업에 불참하기로 한 점이 총파업 계획 변경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의 핵심 세력인 현대차 역시 임금 및 단협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지만 타임오프제가 핵심 쟁점이 아니라 이번 총파업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GM대우도 노사가 최근 임단협 집중 교섭을 펼쳐 이견을 좁히고 있어 파업 참여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금속노조의 핵심 세력인 이들 자동차 3사가 불참한 파업은 김빠진 맥주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노동계의 시각이다.

휴가철 이후 교섭이 재개되고 노조 전임자의 임금 지급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중순까지가 타임오프제의 정착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타임오프 무력화 투쟁은 대기업과 공기업을 중심으로 수천명에 불과한 전임자의 처우 보장을 위한 것이어서 평조합원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 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