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거의 100억원에 가까운 돈이 오간 그루지야 부동산개발 계획에 어떤 문제가 발생한 것일까. '그루지야 미스터리'로 불리는 부동산 투자사고가 급기야 국내에서 소송으로 번지며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4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신한캐피탈은 모저축은행을 상대로 지난 3일 2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의 분쟁은 신한캐피탈과 이 저축은행이 그루지야의 수도 트빌리시 중심가에 있는 주택 상가 밀집지역 4603㎡(약 1400평)를 재개발하면서 맺은 대리사무 약정에서 비롯됐다.

신한캐피탈은 2008년 7월16일 김모씨 등 개인투자자 3명,골든브릿지캐피탈과 함께 대주단으로 참여하고 국내 K사를 시행사,이 회사 대표 박모씨를 차주로 하는 공동사업 약정을 체결했다. 신한캐피탈은 같은 날 대주단 자금의 관리와 집행,담보권 설정 등을 이 저축은행에 위임하는 대리사무 약정을 맺었던 것.

대주단은 약정에 따라 사업부지 매입 등 명목으로 95억2000만원을 해당 저축은행 계좌로 송금했다. 이 저축은행은 이 가운데 83억여원(선이자 포함)을 시행사에 대출했다. 대주단은 또 2008년 11월이 저축은행으로부터 '사업부지 매입완료 및 자금집행내역에 대한 확인을 마쳤다'는 공문을 받고 나머지 약 12억원을 대출해줬다.

문제는 이후 불거졌다. 2008년 11월 대주단이 그루지야 현지를 방문,사업부지가 매입돼 있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분양 인허가를 받지 않은 것도 알아냈다.

신한캐피탈은 자금 관리와 집행 등을 대리한 이 저축은행에 책임을 묻고 나섰다. "이제는 사업진행 상황에 대한 보고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는 등 사업 진행이 불투명해졌다"는 게 신한캐피탈의 주장이다.

그루지야 투자가 왜 이렇게 됐을까. 해당 저축은행의 전모 상무는 "2008년 8월 그루지야-러시아 전쟁이 발발해 생긴 문제일 뿐이고 분양 준비를 다 했는데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겹쳐 분양공고 자체를 못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사업부지에 대한 근저당설정 등기는 외교통상부 경유 등으로 인해 비용이 많이 들어 자금에 여유가 없어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상무는 "현재 터키 사업자 등과 사업 재개를 타진하고 있어 추가로 자금만 투입되면 그루지야에서의 첫 투자 성공사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한 측은 보낸 돈이 남아 있는지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신한 측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여가 지났는데도 대출금 상환은커녕 근저당권설정 등기의 담보제공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며 자금 행방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