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중인 배우자에게 자녀를 인도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어기고 임의로 데리고 키웠다면 상대방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항고1부(안영길 부장판사)는 A(43)씨가 B(39.여)씨를 상대로 낸 양육비청구 심판 항고심에서 1심보다 양육비 지급액수를 340만원 줄여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2009년 2월5일 `A씨는 B씨에게 자녀를 인도하라'는 유아인도명령의 가집행 효력이 발생했는데도 다음달 2일까지 자녀를 인도하지 않고 양육한 것은 위법하므로 B씨는 이 기간의 자녀 양육비를 부담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당사자간 협의나 재판에 의해 양육방법이 정해지기 전에 부모 중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양육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양육비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며 "B씨는 가집행 효력이 발생하기 전인 2월4일까지 양육비는 부담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A씨는 2006년 10월20일부터 부인과 별거하면서 일방적으로 자녀를 친가에 데려가 양육했고, B씨는 다음해 9월 이혼소송을 제기해 2009년 2월5일 "두 사람은 이혼하고, 자녀를 넘겨받으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A씨는 자녀를 인도하지 않고 있다가 2009년 3월3일 B씨가 판결을 집행해 자녀를 데려가자 자신이 홀로 양육한 28개월여간의 양육비 2천800만원을 달라며 B씨를 상대로 양육비 심판을 청구했다.

1심은 28개월 전체 기간에 대해 B씨의 양육비 지급의무를 인정했으나 소득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월 30만원씩 모두 84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