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재 분야에서 한국은 떠오르는 별입니다.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늘어나고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한국의 국제중재 역량이 커졌기 때문이지요. "

지난달 6일 한국인 최초로 런던국제중재법원 아시아 · 태평양평의회(아 · 태평의회) 평의원으로 임명된 박은영 변호사(45)는 "우리 기업처럼 젊은 법조인들도 도전정신이 탁월해 국제무대에서 전혀 밀리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중재 분야에서 우리가 앞서 나갈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1883년 설립된 런던국제중재법원은 대표적인 국제중재기관 중 하나로,6개의 평의회에 중재전문가 40여명을 평의원으로 두고 있다. 1996년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마치고 로펌 김앤장에 입사한 박 변호사는 국제중재소송팀에 소속돼 10여년 동안 국제중재 분야에서 활동했다. 기업 중재 대리인 및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와 호주 국제상사중재원 등의 중재인 등을 맡아온 그는 런던국제중재법원 리더십위원회 내부심사를 거쳐 평의원(임기 3년)이 됐다.

박 변호사는 "그동안 아 · 태평의회 평의원도 주로 영연방국가 출신 중에서 선정됐다"면서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아시아인이 런던국제중재법원 평의원이 된 건 사실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제중재 분야에서 한국의 높아진 위상과 관계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국제중재인명록에 등재된 국제중재전문가 450명 중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은 5% 남짓으로 아직 소수"라며 "유색인종이라도 실력을 인정받으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 · 태평의회 평의원에게는 지역의 법리나 제도를 조사해서 런던국제중재법원에 바람직한 모델을 보고하고,역내에 중재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여러 활동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후자와 관련, 박 변호사는 내년 3월 한국에서 개최되는 국제중재회의에 주력할 생각이다. 국제변호사협회와 국제중재위원회,런던국제중재법원 등이 주최하는 이 행사에는 국내외 중재 관계자 7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