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극 '동이'와 KBS 2TV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가 월 · 화극 및 수 · 목극의 선두로 나섰다. 한효주('동이')와 문근영('신데렐라 언니' · 사진)의 물오른 연기가 HD(고선명) 카메라를 통해 선명하게 전달됐기 때문이다.

2013년 완전 디지털화를 앞두고 방송사들의 HD화질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KBS와 MBC 등 지상파 방송사는 올해 중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 · 교양 프로그램 등 전체의 70% 이상을 HD로 방송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고시한 HD 프로그램 편성비율 정책 때문이다.

지상파는 2012년 12월 말까지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고 디지털 방송으로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 또 2013년부터 80% 이상의 프로그램을 HD로 내보내야 한다. 케이블 방송사들의 경우 HD 프로그램 편성 비율에 대한 강제 규정은 없지만 자발적으로 편성 확대 경쟁에 나서고 있다. HD 프로를 시청한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다.

HD 프로그램의 화질은 일반 SD 프로그램보다 4배나 선명하다. 16 대 9의 와이드 화면으로 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SD급은 기술 발달 과정에서 등장한 것일 뿐 종국에는 HD급만 남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HD 방송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제작과 송출 시설 등도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16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의 제작 · 송출시설 HD급 전환율은 지난해 말까지 61%로 나타났다. 케이블 업계에서는 OCN,채널CGV(이상 영화),J골프,CNTV(사극),내셔널지오그래픽(다큐) 등 40여개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가 HD 프로그램을 송출하고 있다. 이는 전체 200여개사 중 20% 안팎에 해당된다. 이들은 30~90%를 HD로 방송 중이다.

HD 방송 여부는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서비스하고 있는 복수케이블TV 사업자(MSO)와의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120~150개의 채널을 서비스하는 MSO들은 각자 20~43개 규모의 HD 채널을 편성하고 있다.

CJ헬로비전은 최근 8개 HD 채널을 새로 선보였다. 채널칭(중국 드라마)과 애니플러스(애니메이션),OCN시리즈(미국드라마),넷지이오 와일드(다큐),CNTV(역사드라마),텔레노벨라(라틴드라마),HD원(영화),채널T(여행전문채널) 등이다. 이로써 CJ헬로비전은 업계 최다인 43개 HD 채널을 편성했다.

20개 안팎의 HD 채널을 편성하고 있는 씨앤앰,티브로드,HCN,CMB 등도 연말까지 40개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GS와 롯데 등 홈쇼핑 채널들도 HD 프로그램 확대 경쟁에 가세했다.

케이블 업계의 HD 채널 경쟁은 디지털 전환을 앞둔 가입자 유치 전쟁과도 직결된다. 1500만 세대가 가입한 케이블 방송(아날로그 포함)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디지털 콘텐츠 제공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CJ헬로비전에 따르면 HD 채널 확대는 디지털 케이블 방송의 신규 가입자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지털 케이블TV의 신규 가입자 10명 중 7명이 HD급 상품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5대 MSO의 HD 가입자는 116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씨앤앰이 가장 많은 30만명이고,HCN이 27만여명으로 뒤를 좇고 있다.

그러나 PP 중 80%는 여전히 HD 방송을 하지 못하고 있다. 카메라 등 HD 장비 구입비는 SD급의 1.5배나 된다. 화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촬영 때 메이크업과 세트도 더욱 정교하게 해야 한다. 당연히 추가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투자 증가 요인에 비해 광고비가 크게 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고민이다. 케이블방송협회 관계자는 "케이블 HD 방송은 수익성 있는 주요 채널들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며 "전체 케이블에서 HD 방송을 내보내는 데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