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돈 횡령의혹을 받고 있는 보람상조 그룹 최모 회장(52)이 올해 초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160여억원을 인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틀 전 검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은 최 회장의 형이자 그룹 부회장(62)은 61억9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 특수부는 조사 결과 최 회장이 지난 1월15일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개인통장과 법인계좌에서 164억8000만원을 찾아간 사실을 밝혀내고 돈의 흐름을 추적 중이다. 검찰은 최씨가 개인과 친인척 이름으로 호텔과 건물,대지 등 110억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 횡령한 돈의 상당 부분을 부동산 구입용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2003년 미국에 설립한 '보람USA'를 통해 횡령한 돈을 빼돌렸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밤 구속 수감된 최 부회장의 혐의와 관련, 검찰은 최씨가 그룹 부회장과 보람장례식장 대표이사 등을 겸직하면서 동생과 짜고 2007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총 61억9000만원을 횡령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결혼식이나 장례식을 진행해 주고 고객으로부터 받은 일시금을 각 법인의 통장으로 넣지 않고 '장의개발' 명의의 통장에 넣은 후 회장 등의 개인 계좌로 빼돌리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씨는 200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장례식장 수익금 5억6000만원을 빼돌려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보람상조 노조는 이날 한 직원이 최 회장 부인의 비서에게 돈다발을 전달하는 동영상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 동영상 자료는 지난해 7월2일 오후 1시30분께 보람상조 장례행사부 부산사무실에서 비서가 돈을 찾아가는 장면을 현장에 있던 직원이 휴대폰으로 촬영한 것이라고 노조 측은 밝혔다.

한편 보람상조 사무실은 이날도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부산 동구 부산사무실에는 직원 30여명이 아침 일찍부터 출근,항의하러 온 고객들을 상대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한 직원은 "20여통 넘게 항의 전화를 받느라 하루 종일 너무 정신이 없다"며 "해약 고객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6년 동안 외부감사를 받고 투명하게 회사를 운영해온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