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크레인 인양 작업 최소 한달 걸릴 것"

초계함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조선업계의 군함 전문가들은 "내부 폭발로는 선체가 두 동강 나기 어렵다"며 기뢰나 어뢰 등 외부 충격에 의한 폭발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전문가들은 또 침몰한 선체 인양에는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안병구 특수선영업담당 상무(해군 준장 출신)는 29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초계함 내부의 유증기(기름이 증발한 기체)나 사보타주 등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내부 폭발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폭발 원인은 정황적으로는 기뢰, 기술적으로 어뢰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잠수함 전문가인 안 상무는 "어뢰가 원인이라면 잠수함이나 잠수정의 공격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정황적으로 생각하기 힘들고, 반대로 기뢰로는 1천200t급 초계함을 단시간에 두동강 내기가 어렵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안 상무는 "만약 내부에 있는 탄약을 동시에 터뜨린다면 가능하겠지만 그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 김태욱 특수선사업부 상무도 "외부의 폭발 충격이 내부의 연쇄적 탄약 폭발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형 어뢰라면 이 정도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어뢰가 크다면 탐지가 안된 것이 이상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현대중공업내 또 다른 군함 전문가는 "천안함은 미 해군 방식으로 설계한 전투함이기 때문에 배 길이의 15∼17%가 깨져도 부상(浮上)할 수 있다"면서 "소형 어뢰로는 두 동강 나기 어렵고 기뢰에 맞으면 선체가 붕뜨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천안함이 20∼50㎝쯤 떠올랐다는 생존자의 증언은 기뢰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김용환 교수는 "그동안의 사고 사례나 실험을 분석해 볼 때 내부 유증기 폭발 정도의 사고로 1천200t급 선박이 두 동강 나서 침몰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역시 외부 폭발 가능성을 제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두 동강 난 선체 인양에는 최소 한 달 정도가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군은 뒤집힌 채 침몰한 천안함 인양을 위해 공기를 넣어 부력으로 배를 띄우는 '리프트 백'(공기주머니) 등을 이용해 배를 바로 한 뒤 쇠줄로 선체를 감아 크레인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을 쓸 것으로 전해졌다.

끌어올린 선체는 바지선에 옮겨져 물을 뺀 뒤 구조함에 의해 인근 항구로 예인된다.

안병구 상무는 "수심은 20∼25m 정도밖에 안 되지만 매우 어두워서 인양 작업은 매우 힘든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며 "더욱이 두 동강 난 함체를 끌어올리려면 2∼3배의 힘이 필요한데 이 정도의 대형 크레인을 가진 곳은 국내에 몇 군데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크레인을 바지선이 끌고 현장까지 이동하는데도 일주일 이상이 걸리고 전체적으로 인양 작업이 완료되려면 최소한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천안함을 인양할 수 있는 크레인을 보유한 업체는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삼호IND 4개사다.

삼성중공업은 3천t과 3천600t급 2기, 대우조선은 3천600t급 2기, 한진중공업은 3천t급 1기, 삼호IND는 2천200t과 3천t급 2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한진중공업은 부산, 나머지 3개사는 모두 거제.통영 지역에 크레인이 정박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해상 크레인은 시속 4노트 정도로 이동할 수 있으며 사고 현장까지 이동하는데는 기상 여건이 좋을 경우 5일, 그렇지 않으면 7일가량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군 당국은 현재 천안함을 인양하는데 적합한 크레인을 선정하기 위해 업체들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크레인 대여 전문업체인 삼호IND가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기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