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치의 축소판이 돼 버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구조적인 폐해도 지적됐다. 당선자들이 지방자치의 취지를 살리기보다 정당의 눈치만 살피게 하는 '정당공천제'와 다수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기호표기제'가 유지된다면 후보자들이 중앙정치에 예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승종 교수는 정당공천제의 해법으로 정당임의표방제를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1995년 기초단체장 선거부터 정당공천제를 도입했다. 중앙당이 검증한 후보자를 공천함으로써 책임정치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였으나 그동안의 선거과정을 통해 본래 의미는 퇴색한 대신 공천 비리,중앙당을 의식한 인사비리 등의 문제점들이 지속적으로 노출된 게 사실이다. 지역색이 강한 곳의 후보자들은 지역민을 위한 정책을 내놓기보다 당의 공천을 받는 데 더 치중했다.

'정당임의표방제'는 후보자가 자유롭게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을 선택해 정치노선을 지역민들에게 알리는 제도다. 후보자들의 정당 참여는 인정하되,한 정당에서 한 후보자만 나올 수 있는 '독점적인 참여'는 방지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정당임의표방제'를 도입하면 지자체 선거의 본래 취지에 맞게 후보자들이 중앙당보다 지역민에게 더 책임의식을 갖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도입이 어렵다면 정당공천과 표방제를 병행할 것을 제안했다.

임승빈 교수는 후보자들마다 기호를 부여하는 것도 자치선거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6 · 2 지방선거처럼 한 사람이 여덟 번을 기표해야 하는 '1인 8표제' 상황에서는 투표자들이 앞번호만 찍는 '번호찌르기'가 성행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정당 간 정책 차이가 크지 않고 문맹률이 극히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기호표기제가 오히려 후보자 선택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