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짜리 여중생 강간살인..용의자 DNA 확보, 수사 제자리

경기도 의정부에서 발생한 '여중생 강간 살인' 사건이 부산 김길태 사건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사건은 14살짜리 여중생이 귀가한 직후 집안에서 성폭행에 이어 살해당한 사건으로 충격적인 김길태 사건이 알려지면서 어느새 '의정부 김길태 사건'으로 불리고 있다.

여중생을 집안에서 성폭행한 뒤 살해했고 용의자의 DNA가 경찰의 관리대상에 없었다는 점 때문에 이런 별칭을 얻게 됐다.

이 사건은 발생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미제로 남아 있다.

2008년 9월 의정부시내 한 주택가.

당시 14살이던 중학생 A양이 집 안에서 흉기에 찔린 것을 A양의 어머니(50)가 발견, 119구조대에 신고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시간여만에 숨졌다.

숨진 A양은 자신의 방에서 왼쪽 가슴을 흉기에 찔렸으며, 평소 옷차림 그대로여서 단순 살인사건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부검 결과 숨진 A양의 몸에서 극소량의 정액이 확인되는 등 성폭행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은 즉시 A양의 집에서 가까운 파출소에 수사본부를 차렸다.

강력팀 형사를 모두 투입, 주변을 수소문해 목격자를 찾고 인상착의를 파악하는 등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A양의 어머니를 포함해 집 근처에서 모두 3명의 목격자를 확보했지만 안타깝게도 얼굴을 뚜렷하게 기억하지 못했다.

집 주변 폐쇄회로(CC)TV에는 범인의 뒷모습만 찍혔다.

그러던중 현장 정밀수색에서 중요한 단서가 발견됐다.

A양 집안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음모를 확보하는데 성공했고 DNA 추출에 성공했다.

경찰은 범인이 성폭행 목적으로 침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에 활기를 띠는 듯 했으나 다시 소강상태에 빠져 들었다.

경찰이 관리하고 있던 동일 전과자 등리스트에서 이 DNA와 맞는 인물을 찾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난당한 물건이 없는 데다 원한이나 채무관계 등에 의한 범행 동기도 찾기 어려워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경찰은 결국 50여일만에 수사본부를 해체하고 팀 전담반으로 수사팀을 꾸려 장기 수사 체제로 전환하며 몽타주를 작성해 공개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1년 6개월간 동종 전과자와 입건된 성폭행, 강도 피의자 등 700여명을 상대로 DNA를 대조했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다.

A양의 어머니는 답답한 마음에 심령술사에게 범인을 찾아달라고 의뢰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은 데다 범인이 흔적을 남기지 않아 수사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며 "그러나 DNA 대조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해 수사를 계속 진행하는 만큼 범인을 반드시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k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