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 "처해진 상황 인식하는 단계로"
경찰, 여중생 26일 이전 사망 가능성 염두


부산 여중생 이모(13) 양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33)는 검거 3일째인 12일에도 묵비권을 행사하며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김길태는 프로파일러와의 면담에 이어 전날 가까운 친구와의 만남에서 울컥하며 눈물을 보이는 등 심경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번 사건의 수사 부본부장인 김희웅 사상경찰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피의자 김모는 '이번 사건은 자신과 관련이 없다'면서 묵비권을 행사하며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23일 귀가중인 2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감금한 혐의에 대해서도 김길태는 "술을 마시고 빰을 한 대 때린 사실은 있다"면서도 성폭행 혐의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거 3일 전인 지난 7일 사상구 삼락동의 한 미용실에서 현금 27만원을 훔친 사실은 시인했다.

그러나 김길태는 11일 오후 2차례에 걸친 프로파일러와의 면담에 이어 가까운 친구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이것과 관련이 없다"며 간간이 눈물을 보이는 등 심경에 일부 변화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청에서 파견된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위는 "어제 면담을 통해 피의자는 현재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인식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특별조사팀을 확대해 입체적인 수사를 펴는 한편 김길태의 부모를 대면시키는 것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이 양의 사망시점이 지난달 26일 이전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 6일 석회가루가 뿌려진 이 양의 시신이 발견된 곳 근처에서 석회가루가 담긴 물통이 발견됐는데 지난달 26일 오전 10시49분에 찍은 물통 사진과 시신발견 당일 촬영한 사진에서 내용물에 변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아직 이 양의 시신에 대한 부검에서는 사망시점이 추정되지 않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한편 김길태의 소지품 중 하나인 여아용 분홍색 털장갑은 이 양의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고, 이 양이 실종된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김길태가 교도소 복역동기에게 3~4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한 기록은 없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김 씨가 이 양을 살해했다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이 양의 시신이 유기돼 있던 물탱크를 정밀 감식했으나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에 앞서 11일 밤 김 씨에 대해 강간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12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았으며 이날 밤 구속여부가 결정된다.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오수희 기자 youngkyu@yna.co.krosh9981@yna.co.kr